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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亞 전략 흔들기'에 당혹한 일본…다카이치, 트럼프와 긴급 통화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시진핑, 미중 정상회담서 2차대전 역사 거론하며 '미일 동맹' 틈 벌리기 시도
대만 문제엔 '독립 반대 견지' 등 정교한 단어 선택으로 트럼프 압박·무기 판매 제동
당혹감 휩싸인 日 정부, 다카이치 총리-트럼프 전화 회담으로 "가장 신뢰하는 동맹" 재확인
NYT "실질적 합의 없지만 中 선전전 승리…트럼프 약점 탐색 기회로 활용"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립문서기록관리청 박물관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립문서기록관리청 박물관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치밀하게 계산된 발언을 통해 미국의 아시아 안보 전략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중이 동맹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부각하며 일본을 견제하자 당혹감에 휩싸인 일본 정부는 미국 측의 진의 파악에 나서는 등 급박하게 움직였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을 종합하면, 시 주석은 이번 방미 기간 이례적인 환대를 즐기면서도 대만과 일본 등 핵심 안보 현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을 중국 쪽으로 유도하려는 명확한 계산을 드러냈다.

■ 2차대전 '동맹' 강조한 中…미·일 틈 벌리기 포석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과 국빈만찬에서 미국과 중국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을 상대로 함께 싸운 '동맹국'이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일본을 '파시스트'이자 '군국주의' 침략자로 규정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신뢰할 수 없는 적국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했다.

이는 핵심 동맹국인 미국과 일본 사이를 벌려놓으려는 전형적인 '갈라치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카하라 아키오 도쿄여자기독교대 객원교수는 "중국의 메시지는 '우리는 세계 질서를 바꾸려는 좋은 쪽이고 저들(일본)은 나쁜 쪽이니 미국은 우리와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주장이 반복될 경우 일본에 상당한 외교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당혹감 휩싸인 日…다카이치, 트럼프와 급박 통화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 주석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까지 환영사에서 중국을 '2차대전 동맹국'으로 칭하자 일본 정부 내부는 크게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26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과 20분간 전화 통화를 가졌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중 정상이 2차대전 동맹국으로 함께 싸웠던 역사를 되돌아본 점을 언급하며 미일이 이제 서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 됐음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조했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 등 정부 관계자들은 "미중 간 실질적 협력 성과는 제로에 가깝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으나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은 "미중 정상회담이 중국의 대일 비판 선전장으로 이용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선전전에 말려들 위험성을 경계했다.

■ '대만 독립 반대' 기정사실화 노려…무기 판매 보류 압박

대만 문제에서도 시 주석의 정교한 언술이 빛을 발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압박했다.

크레이그 싱글턴 FDD 중국프로그램 선임국장은 시 주석이 '견지하다'라는 표현을 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 관한 중국의 레드라인을 이미 받아들였다는 인상을 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혀왔을 뿐 중국의 요구처럼 명시적으로 '반대한다'고 선언하는 것은 피해왔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발언 이면에 트럼프 행정부가 보류 중인 140억 달러(약 18조6000억 원) 규모의 대만 무기 판매안을 승인할 경우 양국 간의 데탕트(긴장 완화) 분위기가 깨질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 실질적 합의 없지만 中 선전전 '승리'…약점 탐색 계속

NYT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역 불균형이나 기술 규제 등 핵심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타결은 없었지만, 선전 측면에서는 시 주석이 확실한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레드카펫 영접과 군용기 축하 비행 등을 1면에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시 주석을 미국 대통령과 대등한 글로벌 리더로 부각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매트 포틴저는 "시 주석은 미국 대통령과의 잦은 만남을 미국 입장의 약점을 탐색할 기회로 보고 있다"고 짚었다. 두 정상은 오는 11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2월 미국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탐색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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