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이란 전쟁에 美 수출 통제 우려까지…EU "2022년 이후 최악의 겨울" 비상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중동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가스값 폭등…가스 비축률 전년비 12%p 하락
EU 집행위, 회원국에 야간 소등·온도 제한 등 가스·전력 수요 감축 공식 촉구
11월 美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경유 수출 금지' 엄포…EU, 환경 규제 유예 등 고육지책

지난 8월 5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시 정부가 전력 위기에 따른 에너지 절감을 위해 주요 명소의 조명을 끈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8월 5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시 정부가 전력 위기에 따른 에너지 절감을 위해 주요 명소의 조명을 끈 모습.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유럽연합(EU)이 이란 전쟁으로 인한 중동발 에너지 공급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경유 수출 통제 가능성까지 겹치며 '2022년 이후 최악의 겨울'을 맞이할 위기에 처했다. 천연가스와 경유 가격이 연일 치솟자 EU 지도부는 각 회원국에 에너지 수요 감축을 공식 촉구하는 한편 에너지 대란을 막기 위해 엄격했던 환경 규제 유예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외신에 따르면, 단 요르겐센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EU 27개 회원국 에너지 장관들에게 서한을 보내 "우리는 공급 위기와 직결된 가격 위기에 처해 있다"며 가스와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했다.

■ 호르무즈 봉쇄 여파로 가스값 폭등…EU "에너지 수요 줄여라"

에너지 위기의 1차적 원인은 이란 전쟁에 따른 중동 불안이다. 전 세계 석유와 천연가스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위협받으면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이달 들어 3년여 만에 메가와트시(㎿h)당 80유로(약 12만4000원)를 돌파하는 등 전쟁 발발 이후 2배 이상 폭등했다. 반면 '가스 인프라 유럽' 자료에 따르면 현재 EU 전체의 가스 저장률은 약 70%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2%포인트나 낮은 불안한 상황이다.

요르겐센 집행위원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능력 확충 등으로 2021년에 비해서는 상황이 낫다면서도 치솟는 가격을 잡기 위해 수요 감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공공건물 실내 온도 제한, 야외 난방 금지, 불필요한 야간 공공 조명 소등, 전력 피크 시간대 소비 감축 등을 제시했다.

■ 트럼프 '경유 수출 금지' 엄포에 화들짝…메탄 규제 연기 등 고육지책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 단 요르겐센 EU 에너지·주택 담당 집행위원이 주간 집행위원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 단 요르겐센 EU 에너지·주택 담당 집행위원이 주간 집행위원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유럽의 최대 에너지 공급국인 미국의 수출 통제 우려마저 더해졌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 물가 압박에 시달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경유 수출 금지'를 지지하겠다고 밝혀 시장을 뒤흔들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이 전면 금수 조치에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하긴 했으나 수출 금지가 현실화될 경우 유럽 안보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요르겐센 위원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양국 간 '에너지의 자유로운 흐름'을 유지할 것을 미국 측에 촉구하며 "미국의 경유 공급이 끊기지 않더라도 유럽은 2022년 이후 가장 끔찍한 겨울을 맞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에너지난이 가중되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화석연료 가격을 낮추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와 연료 정제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석유 및 가스 수입업체에 대한 '메탄 배출 모니터링 및 제한' 규제 시행을 1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 "화석연료 의존 땐 영구적 위기"…전력화 속도전 주문

요르겐센 위원은 다음 주 더블린에서 열리는 EU 에너지 장관 회의를 앞두고 회원국들에게 경각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특히 "공급 자체에 문제가 없더라도 연료를 살 돈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전력에 부과되는 세금을 낮추고 녹색 에너지 투자를 늘릴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EU 집행위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2040년까지 EU의 전력화 비율을 46%로 두 배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요르겐센 위원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영구적인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유럽연합 #에너지 공급난 #수출 통제 #도널드 트럼프 #이란 전쟁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