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얕보는 시선에 진짜 화났다" 열도 찢어버린 여농 00·03년생 듀오의 '살벌한 오기' [나고야 AG]
박지수·박지현 '에이스 공백' 지웠다… 금메달 합작한 이소희-이해란
이소희 "우리 얕보는 시선에 화났다"
중국전 22점·일본전 24점 이해란, "아직 부족해, 내 자신 만족할 때까지"
[파이낸셜뉴스] 차포를 다 떼고 나선 전쟁터였다. 하지만 '에이스의 부재'는 오히려 젊은 피들의 '독기'를 깨우는 기폭제가 됐다. 모두가 한국의 전력을 의심할 때, 무섭게 치고 올라온 2000년생 가드와 2003년생 포워드가 보란 듯이 적장의 심장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일본 안방에서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여자농구의 위대한 르네상스를 연 중심에는, 빈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완벽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이소희(BNK)와 이해란(삼성생명)이 있었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이들이 이토록 매서운 파괴력을 보여줄 것이라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WNBA(미국여자프로농구) 무대를 누비는 핵심 가드 박지현(로스앤젤레스 스파크스)과 골밑의 기둥 박지수(KB)가 모두 빠진 상황. 국제 무대에서 한국을 한 수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이 파다했다.
하지만 이 박한 평가는 오히려 젊은 선수들의 오기를 찔렀다. 이소희는 결승전 직후 믹스트존에서 "국제대회에 나설 때 한국을 다소 낮게 평가하는 시선이 있는데, 그 부분에 조금 화가 났다"며 "그런 오기를 열정으로 바꿔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연습을 정말 많이 한 것이 우승의 요인"이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독기를 품은 이소희의 손끝은 매서웠다. 중국과의 준결승전에서 3점 슛 5개 포함 양 팀 최다인 23점 6리바운드를 꽂아 넣은 그는, 대망의 일본전 결승에서도 16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전반 막판 3점 라인에서 세 발짝이나 뒤로 물러선 위치에서 벼락같이 림을 가른 '딥쓰리'는 일본의 기를 완전히 꺾어버리는 치명적인 일격이었다. 이소희는 "정말 죽기 살기로 했다. 내면의 자신감이 컸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당차게 말했다.
골밑에서는 2003년생 '괴물 포워드' 이해란이 무력시위를 펼쳤다. 220cm의 거인 장쯔위가 버틴 '만리장성' 중국전에서 22점 6리바운드로 펄펄 날며 골밑을 폭격하더니, 결승전에서는 24점 9리바운드를 쓸어 담으며 팀 내 최다 득점을 홀로 책임졌다. 대회 내내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팀의 기둥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 낸 것이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점은 따로 있다. 일본을 무너뜨리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음에도 이해란은 만족을 몰랐다. 그는 "솔직히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내가 부족한 점이 많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며 "저 자신이 만족스러울 때까지 계속 달릴 것"이라는 섬뜩할 만큼 냉정한 반성을 내놨다.
이어 "앞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메달을 떠나 매 경기 정말 죽을힘을 다해 뛸 테니 계속 지켜봐 달라"며 더 높은 곳인 올림픽 무대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뼈아픈 저평가를 실력으로 응징하며 값진 경험과 자신감까지 장착한 이소희와 이해란. 겁 없는 두 MZ세대 듀오가 향후 10년 한국 여자농구의 거침없는 질주를 이끌 '초강력 핵심 엔진'으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