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공적주택·실거주 유예' 꺼낸 정부…숨통 트일까[벼랑 끝 세입자④]
토허제 '세 낀 매물' 거래 숨통…최장 3년3개월 입주 유예 2030년까지 공적주택 119만호…청년·신혼에 57.1만호 단기 공급 효과 제한적…재원·택지·공사비·사업속도 과제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 전월세 가격 상승과 매물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의무 유예 연장과 2030년까지 공적주택 119만호 공급을 잇달아 내놓으며 임대차시장 안정에 나섰다.
당장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의 거래 문턱을 낮춰 기존 임대 물량의 이탈을 막는 동시에 공공임대·공공분양 등 공적주택을 대거 공급해 중장기적으로 주거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번 대책으로 당장 전월세 시장의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거주 유예 연장은 기존 임대차 계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조치인 만큼 신규 전월세 물량을 늘리는 효과는 제한적이고, 공적주택 역시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급돼 단기간에 시장에 미치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 실거주 유예 내년 말까지…'세 낀 매물' 숨통 트이나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을 무주택 실수요자가 매수할 경우 적용하는 실거주 유예 신청기한을 올해 말에서 내년 12월31일까지 1년 연장한다. 개정안은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된다.
기존에는 주택 매수 당시 체결돼 있던 임대차계약의 남은 기간까지만 입주를 미룰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세입자가 계약을 갱신할 경우 갱신계약 1회, 최대 2년까지 추가로 유예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시행일을 기준으로 입주 시점이 최대 3년3개월까지 미뤄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로 실거주 의무로 인해 거래가 쉽지 않았던 이른바 '세 낀 매물'의 거래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수자가 주택을 산 뒤 곧바로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입주해야 하는 부담이 줄면서 임대차계약을 유지한 채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매매 과정에서 새 전셋집을 찾아 이동해야 하는 수요가 줄어 전월세 매물 감소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세제 개편으로 매물이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토허제가 거래를 가로막는 엇박자를 줄이고, 갱신계약까지 인정해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도 거래와 임대가 함께 이어지도록 한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실거주 원칙을 유지한 채 입주 시점만 미룬 조치라는 점에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유예기간이 끝나면 결국 매수자가 직접 입주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임대주택을 늘리기보다는 기존 전월세 물량이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시점을 늦추는 데 그칠 수 있어서다.
또한 토허제 실거주 유예는 올해 들어 여러 차례에 걸쳐 도입·확대됐다. 2월 일부 다주택자 매물에 예외를 둔 데 이어 5월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 전체로 대상을 넓혔고, 이번에는 신청기한 연장과 갱신계약까지 인정했다. 실거주 예외가 잇따라 확대되면서 정책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의원은 "갱신계약까지 인정하면 매수자의 입주 시점이 수년 뒤로 밀릴 수 있는 만큼 실거주 목적의 거래를 허용한다는 토허제 취지와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공적주택 119만호…청년·신혼에 57만호
정부는 중장기적으로는 공적주택 공급을 늘려 전월세 시장의 공급 기반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국토부가 발표한 '주거안정플랜'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연평균 약 24만호씩 총 119만호의 공적주택을 공급한다. 이 가운데 77%인 92만호를 수도권에 공급한다.
특히 청년과 신혼·양육가구에 공급을 집중한다. 신혼·양육가구에 32만8000호,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미혼 청년에게 24만3000호 등 총 57만1000호를 공급한다. 고령가구 5만4000호까지 더하면 전체 물량의 절반이 넘는 62만5000호가 청년·신혼·고령가구에 돌아간다.
이번 대책은 공급 물량뿐 아니라 공공임대의 입지와 면적, 품질을 함께 손본 점도 특징이다. 기존 공공임대가 좁은 평형과 외곽 입지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을 반영해 중산층까지 입주할 수 있는 '보편형 공공임대' 19만3000호를 공급하고 역세권과 도심 등 선호 입지의 비중을 늘린다.
택지에서는 전용면적 55~85㎡, 도심에서는 40~60㎡를 중심으로 공급하고 기존 2베이 위주의 평면도 3·4베이 등으로 개선한다. 공공주택도 단순히 저렴한 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데서 벗어나 실제 수요자가 선호하는 입지와 면적, 품질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청년층의 주거비 지원 문턱도 낮춘다. 월 최대 20만원씩 24개월간 지급하는 청년월세 지원의 소득 기준을 중위소득 60%에서 100%로 완화하고, 지원 한도를 최대 2억4000만원으로 높인 '청년보편형 전세임대'도 연간 5000호 추가 공급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단순한 중장기 공급계획을 넘어 수도권 전·월세 시장 안정까지 염두에 둔 대책으로 그 수혜층이 넓어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수요가 많은 역세권과 도심에 넓은 평형을 공급하고 민간주택에 가까운 품질을 확보할수록 토지비와 공사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계획한 물량을 실제 입주까지 얼마나 빠르게 연결할 수 있느냐가 정책 효과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임대료를 시세에 연동하면 '공공'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질 수 있고, 공급원가에 연동하면 좋은 입지·좋은 집일수록 임대료가 비싸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먼저 토지·건축비를 낮춰 총비용 자체를 줄이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내년까지 입주 15만호…단기 전월세난 해소엔 한계
공적주택 공급이 실제 전월세 시장의 수급 부담을 덜기까지는 시차도 있다.
119만호 가운데 올해 4분기부터 내년 말까지 입주 가능한 물량은 전국 약 15만호, 수도권은 약 10만호다. 특히 15만호 가운데 새로 지어 공급되는 순공급 물량은 6만6000호로 44% 수준이다. 나머지에는 기존 주택을 활용하는 매입·전세임대 등이 포함된다.
공공임대 89만3000호도 건설형 35만호뿐 아니라 매입형 31만3000호, 전세형 23만호 등으로 구성된다. 기존 주택을 공공이 매입하거나 임차해 다시 공급하는 물량은 주거비 부담이나 보증금 위험을 낮추는 효과는 있지만 시장 전체의 주택 재고를 늘리는 신규 공급과는 차이가 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전세임대와 기축 매입임대는 주거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과 보증금 위험을 낮추는 효과는 있지만 기존 민간주택을 공공이 임차하거나 매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시장 전체의 주택재고와 임대주택 총량을 직접 늘리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 공적주택 10만호를 전월세 주택 10만호의 신규 공급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실제 전월세 안정 효과를 판단하려면 새로 추가되는 주택과 기존 민간주택을 활용하는 물량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축 공급의 경우 실제 입주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단기 전월세 시장의 변수다. 역세권·도심의 택지를 확보하고 사업계획과 인허가, 착공을 거쳐 입주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119만호라는 총량이 곧바로 시장에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이은형 위원은 "본래 건물을 짓는 사업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기적인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며 "공공이라는 측면에서 과거 정책과 차이가 있지만 실제 실현되는 물량은 시간을 두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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