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中은 옛 동맹" 꺼내자..다카이치 "신뢰하는 동맹은 日·美"
트럼프가 먼저 꺼낸 전시 동맹, 양국 성과 문서에 반영
대만 합의는 빠져
日언론, 향후 무기 판매 협상 주시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미국이 미중 정상회담 성과 문서에 양국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동맹국으로 함께 싸웠다'고 명시하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26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해 회담 내용을 직접 설명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만 문제를 오래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자신의 입장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일본은 중국이 '전시 동맹' 표현을 대일 역사 공세에 활용할 가능성과 미국의 향후 대만 정책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가 먼저 꺼낸 '전시 동맹'에 日 경계
27일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시 주석을 환영하며 중국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동맹국'이라고 먼저 불렀다. 시 주석은 같은 날 국빈만찬에서 "양국 국민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본 군국주의 침략자들에 맞섰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튿날 발표한 미중 정상회담 성과 문서에 "두 정상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과 중국이 동맹국이었으며 승리를 위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웠던 일을 돌아봤다"고 명시했다. 중국이 같은 날 발표한 회담 결과에도 유사한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중국은 이 표현을 일본에 대한 비판과 연결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6일 시 주석의 방미 성과를 설명하면서 "군국주의의 부활을 막는 것은 미중 공동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다카이치 정권을 '신형 군국주의'라고 비판해 온 점에서 일본을 겨냥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다카이치 총리는 같은 날 밤 트럼프 대통령과 약 20분간 통화했다. 그는 통화 후 "미중 정상회담에 관해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며 경제안보를 포함한 중국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미일 공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과 미국은 이제 서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중의 '전시 동맹' 문구를 직접 지적하지는 않았다고 닛케이는 총리 주변 인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일본 언론은 문구의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전쟁 당시 미국의 협력 상대가 장제스가 이끄는 중화민국이었다"며 이번 문구가 중국의 대일 '신형 군국주의' 비판을 강화하는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케이신문은 미국의 성과 문서에 "중국 측의 주장이 짙게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가와시마 신 도쿄대 교수는 중국이 역사와 대외정책을 강하게 연결한다는 점을 들어 "왜 그 자리에서 언급했는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국익과 역사관에 근거한 입장을 알리는 동시에 중국과도 정상·각료 간 대화 통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대화만 진전되면 일본이 미국을 통해서만 중국과 소통하게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만 문제 거론됐지만 문서엔 없어…무기 판매가 변수
일본 언론에서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제기된 대만 문제가 양국의 성과 문서에 담기지 않은 점도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기자들에게 "대만에 관해 많은 시간을 들여 이야기하지는 않았다"며 "시 주석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의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리가 통화에서 대만 문제에 관해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이 미국의 기존 입장인 대만 독립 '불지지'보다 강한 '반대'를 요구했으나 성과 문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대사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주장을 경청했지만 미국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공개적인 양보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협상 카드'로 언급한 점은 남은 변수다. 토머스 크리스텐슨 컬럼비아대 교수는 산케이에 "이 발언으로 중국이 미국의 무기 판매 방침에 대한 기존 예상을 바꾸게 됐다"고 지적했다.
미중 정상이 11월 중국과 12월 미국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 만큼 일본은 미국이 추가 대만 무기 판매를 어떻게 처리할지 주시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