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해외증시

"지금이라도 올라탈까?" 하루 280조 터진 메타, 벼락거지 될까 밤잠 설치는 개미들 [머니 시그널]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챗GPT 꺾고 양대 앱 마켓 1위 등극… 출시 2주 만에 280만 다운로드 '돌풍'
"조언 대신 행동" 검색부터 결제까지 알아서 척척, 생성형 AI의 패러다임 전환
플랫폼 패싱 공포에 여행·금융 앱 '줄하락' vs 결제 파트너사 '폭등' 희비 교차
막대한 인프라 투자 회수할 '캐시카우' 기대감 속, 완성도와 보안은 남은 숙제

저커버그 메타 CEO. 연합뉴스
저커버그 메타 CEO.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하루아침에 기업의 시가총액이 280조 원(약 2000억 달러)이나 불어났다. 삼성전자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 천문학적인 돈이 단 하루 만에 주식시장에 새로 생겨난 셈이다.

이 비현실적인 돈방석의 주인공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 플랫폼스(Meta)'다.

지난 21일 하루에만 주가가 11% 넘게 폭등하며 월스트리트를 발칵 뒤집어 놓은 1등 공신은 SNS가 아니었다. 지난 8일 메타가 야심 차게 선보인 개인용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뮤즈(Muse)'였다.

투자자들은 도대체 뮤즈의 무엇을 보고 이토록 흥분한 것일까.

◇ "답만 하지 말고 네가 해줘"… 비서에서 '대리인'이 된 AI

메타 뮤즈. 연합뉴스
메타 뮤즈. 연합뉴스

기존의 AI 경험을 떠올려보자. 챗GPT에게 "제주도 3박 4일 여행 일정을 짜줘"라고 하면 기가 막힌 코스를 내놓는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 일정을 들고 항공권을 검색하고, 호텔을 예약하고, 맛집 리스트를 찾아 결제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었다. 기존 AI가 똑똑하지만 손발이 없는 '조언자'였다면, 메타의 뮤즈는 이 마지막 귀찮은 단계를 아예 없애버린 '대리인'이다.

뮤즈는 브라우저를 직접 열어 인터넷 양식을 작성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비행기표를 예약한다. "다음 주 제주도 여행 알아서 준비해 줘" 한마디면 수많은 사이트를 오가며 비교하고 구매 직전 승인만 요청하는 식이다. 월스트리트의 스마트 머니는 바로 이 '말귀를 알아듣고 행동하는' 차이에 막대한 베팅을 시작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뮤즈는 출시 2주 만에 280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미국과 캐나다 양대 앱 마켓에서 챗GPT를 밀어내고 무료 앱 1위에 올랐다.

◇ 플랫폼의 위기인가 기회인가… 극명하게 엇갈린 주가

투자자들 입장에서 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뮤즈가 만들어낸 살벌한 '나비효과'다. 메타가 폭등하는 동안, 기존의 쟁쟁한 플랫폼 기업들의 주가는 갑작스러운 폭락을 맞았다.

AI가 알아서 가장 싸고 좋은 상품을 찾아 결제까지 해준다면 어떻게 될까. 소비자가 굳이 항공권 앱, 호텔 앱, 배달 앱을 일일이 돌아다닐 이유가 사라진다. '플랫폼 패싱'의 공포가 엄습한 것이다.

실제로 뮤즈 열풍이 불어닥친 한 주 동안 트립어드바이저, 부킹홀딩스 등 여행주는 6% 넘게 급락했다. 찰스슈왑, JP모건 등 금융주는 물론 우버, 도어대시, 헬스클럽 업체 플래닛피트니스(-17%)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누군가의 위기는 누군가의 기회가 됐다. 뮤즈와 결제 처리 파트너십을 맺은 쇼피파이는 단숨에 11% 폭등했다. 페이팔 역시 뮤즈 생태계 합류 소식에 미소를 지었다. AI에게 선택받는 플랫폼과 버림받는 플랫폼의 가치가 엇갈리는,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이 열린 셈이다.

◇ 저커버그의 든든한 뒷배경, '유통망'과 '구독 모델'

연합뉴스
연합뉴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조롱의 대상이었다.

메타버스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누적 적자를 키웠고, AI 경쟁에서도 오픈AI나 구글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스케일AI의 알렉산더 왕을 영입해 전열을 가다듬고 내놓은 '뮤즈' 카드로 단숨에 판을 엎었다.

메타가 다른 AI 기업들과 차원이 다른 파괴력을 갖는 이유는 명확하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이 매일 접속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이라는 압도적인 '유통망'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맨땅에서 사용자를 모아야 하는 스타트업과 달리, 메타는 이미 깔린 거대한 인프라에 AI를 스며들게만 하면 된다. 지난 23일 커넥트(Connect) 행사에서 발표된 '스마트 안경에 뮤즈 탑재' 계획은 메타가 그리는 소름 돋는 청사진의 일부일 뿐이다.

메타는 2026년까지 AI 인프라에 최대 1450억 달러(약 200조 원)를 쏟아부을 예정이다. 이 막대한 투자를 회수할 방법도 뮤즈에 담겼다. 기본 기능은 무료지만, 월 20달러와 100달러짜리 유료 구독 상품을 내놓았다. 단순한 광고 수익을 넘어 AI 구독이라는 거대한 캐시카우를 장착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 장밋빛 환상은 금물… 완성도와 보안은 여전한 과제

물론 주식시장은 기대감만으로 영원히 오르지 않는다. 뮤즈 출시일인 8일 613달러 선이었던 메타 주가는 24일 장중 779달러를 터치하며 52주 최고가를 썼지만, 25일에는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3% 하락한 751달러로 숨을 골랐다.

냉정한 현실 점검도 필요하다. 내부 테스트 과정에서 뮤즈의 전화 업무 일부를 실제 사람이 처리한 '휴먼 컨시어지' 사례가 있었다는 보도는 완벽한 AI 비서로 가는 길이 아직 멀었음을 시사한다. 개인정보와 결제 권한을 AI에게 통째로 넘기는 데 대한 보안 우려도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럼에도 월스트리트의 시선이 바뀐 것은 분명하다.

"메타가 너무 늦은 것 아닌가"라던 질문은 이제 "수십억 명이 뮤즈를 쓰면 인터넷에서 누가 돈을 잃고 누가 벌 것인가"로 바뀌었다. AI가 행동하는 시대, 진정한 승자를 찾기 위한 주식시장의 치열한 눈치싸움은 이제 막 2막을 올렸을 뿐이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인공지능 에이전트 #주가 폭등 #메타 #기업 시가총액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