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 합쳐도 전투력 안올라" "벽 허물어야 순혈주의 깨져"[fn인사이트]
"軍사관학교 통합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기식·최영진 두 전문가에게 듣는다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 창설에 대한 논란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찬반 양측이 현재의 문제점 부분에서는 거의 다투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사관학교가 위기라는 것, 합동성과 첨단과학기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헌법과 국민에 충성하는 장교를 길러야 한다는 것에 양측은 모두 동의한다. 갈리는 지점은 단 하나, 그 목표에 이르는 수단이 '통합'이어야 하는가다.
이기식 전 해군사관학교장과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파이낸셜뉴스 노동일 주필과 각각 만난 자리에서 사관학교 개혁에 대해 정반대의 답을 내놨다. 이기식 전 교장은 "통합이라는 하나의 수단으로만 목표가 달성돼야 한다고 요구해선 안 된다"며 "개혁은 지금 시작하되 통합은 검증이 끝난 다음에 결정하는 것이 책임 있는 순서"라고 말했다. 반면 최영진 교수는 "1986년 보고서에 적힌 문제점이 지금 보고서에도 그대로 있다"며 "이건 부분적 수정으로는 안 된다.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이 필요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대담은 파이낸셜뉴스 유튜브 채널 'fn 인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친하다고 합동성 생기나" vs "합동성은 식탁에서 시작된다"
첫 쟁점은 정부가 통합의 제1 명분으로 내세운 합동성이었다. 이기식 전 교장은 1977년 해군사관학교에 입교해 40년간 복무하며 2함대사령관과 해사 교장, 해군작전사령관을 지냈고 2022년부터 2년간 병무청장을 역임했다. 그는 "합동성은 각 군의 전투력을 통합해 최고의 전투력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내가 있고 네가 있어야 우리가 있는 것인데, 나와 너는 생각하지 않고 우리만 먼저 생각하는 것은 선후가 바뀐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도 시절 함께 지내는 것이 도움은 되지만 그것은 친밀성이지 합동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2006년 환태평양(림팩) 훈련에 한국 측 지휘관으로 참가해 외국 함정까지 지휘했던 경험을 들며 "합동·연합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 회의인데, 거기 참가한 사람이 자기 군을 모르면 계획이 엉망이 된다"고 했다. 각 계급별로 요구되는 합동성 수준이라는 기준조차 정해놓지 않은 채 통합 결론부터 내렸다는 비판이다.
최영진 교수의 답은 달랐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국방부 민관군 합동특별자문위원회 사관학교 교육개혁분과위원장을 맡아 올 2월 개혁안을 제출했다. 최 교수는 "합동성의 핵심은 협력이고, 협력의 조건은 인간적 유대와 신뢰"라며 "그 신뢰를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이 밥 먹고 수업하고 운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관학교에서 요구하는 것은 작전 수준의 합동성이 아니라 그 심리적 토대라는 설명이다. "지금 육군은 숫자가 많아 자기들끼리 전화하면 되지만 해·공군 장교는 전화할 데가 없다.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군 간 칸막이가 그만큼 심하다"라고 지적했다.
■공통과목 84%?…"이름만 같아" vs "교수는 다 가르칠 수 있어"
국방부 정책실장이 밝힌 '공통과목 84%'에 대해서도 의견이 팽팽했다. 이기식 전 교장은 "전적으로 잘못된 계산"이라고 지적했다. 지휘통솔은 육군은 야전에서, 해군은 함정에서, 공군은 비행장에서 지휘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전자공학 개론도 함정용과 항공기용이 다르며, 영어조차 해군은 '함상 영어'를 배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목명은 같지만 내용은 완전히 다른데 이걸 전부 같은 과목으로 계산했다"며 "중복을 줄이는 기능의 공동화와 학교의 전면 통합은 같은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최 교수는 같은 숫자를 뒤집어 읽었다. 교육과정의 약 70%가 유사하다고 보면서 "유사하다는 것은 과목 내용이 같다는 뜻이 아니라 같은 교수가 강의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육사 영어 교수가 해사·공사 생도도 가르칠 수 있다면 영어 교수가 3배로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그는 육사 330명, 해사 170명, 공사 230명이라는 규모로는 필수과목만 가득하고 선택과목이 거의 없는 교과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자운대 4년 vs 2+2년…"10년, 4조2000억 들어"
설계 변경을 두고는 통합에 찬성하는 최 교수도 일정한 거리를 뒀다. 분과위 안은 1·2학년은 서울 화랑대에서 통합 교육을 하고 3·4학년은 각 군 사관학교로 돌아가는 '2+2 네트워크형'이었다. 기존 시설을 활용해 비용과 반발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였다.
최 교수는 "국방부 안과 교육 내용은 거의 동일하고 가장 큰 차이는 장소"라며 "정부가 지방 균형발전 정책의 틀에서 이 문제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최 교수 역시 공청회에서 "육사가 지방으로 내려가면 성적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강력한 투자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교장은 비용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자운대 캠퍼스 건설에 국방부 정책실장이 10년이 걸린다고 밝힌 점, 그 안에 있던 기존 부대들을 다시 옮겨야 하는 점을 들어 "4조2000억원 이상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했다. 특히 완공 전까지 1·2학년을 태릉에 모아 교육하려면 생활·교육 시설을 새로 지어야 하고, 10년 뒤엔 그것이 전부 매몰비용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용 대 효과 분석 자료를 달라고 했는데 주지 않는다. 없는 것"이라며 "그 기간에 입교하는 생도들은 제도 개혁의 희생양이 된다"고 말했다.
■"장교 직업의 위기" vs "사관학교의 위기"
두 사람은 사관학교가 위기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진단은 갈렸다. 이 전 교장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관학교가 아니라 장교라는 직업의 매력과 지속 가능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경쟁률과 자퇴 숫자만 보면 오진에 따른 잘못된 처방이 나온다"고 했다. 그는 행정업무와 민원에 파묻혀 권한 없이 지휘 책임만 지는 구조, 1~2년마다 반복되는 이사와 자녀 전학, 병사 봉급이 200만원을 넘는데도 따라가지 못하는 초급간부 처우를 들었다. 손대야 할 우선순위로는 업무구조 개선, 경력의 예측 가능성 확보, 복무 여건과 예우를 꼽으며 "금전적 예우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제복 입은 사람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학교 내부를 겨눴다. 2024년 국방연구원 보고서상 생도들의 전체 교육 만족도는 25.2%, 주입식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응답은 70% 이상이었다. 교수진의 75%가 해당 학교 출신 현역 장교이고 3분의 1이 석사 학위자다. 육사의 올해 임관율은 67%로, 3명 중 1명이 중도에 떠났다. 그는 "생도는 학생인 동시에 계급상 부하이고 절대복종이 강조되니 내부 긴장도 자극도 없다"며 이를 "폐쇄적 순혈주의"라고 표현했다. 1986년, 2008년, 2024년, 2025년 보고서가 거의 같은 문제를 반복 지적했다는 점을 들어 그는 "부분 수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더 큰 카르텔 생길 수도" vs "다른 세계 경험해야"
'잘못된 역사와의 단절'이라는 명분에도 두 사람은 정면으로 부딪쳤다. 이 전 교장은 문민통제 강화에 적극 동의한다면서도 "통합이 그 목적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라고 했다. 오히려 육해공군에 경찰까지 통합한 태국의 사례를 들며 "더 거대한 메가 카르텔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잘못이 있으면 사건별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지, 과거의 잘못을 현재의 생도들에게 집단적으로 물어선 안 된다"며 "정치권도 군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거나 흔드는 일만큼은 없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12·3 비상계엄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는 "국민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위법한 명령에 별다른 생각 없이 복종한 지점"이라며 "병사 수준에서는 절대복종이 가치일 수 있지만 장교는 다르다. 사령관 옆에 법무참모를 두는 이유가 그것"이라고 했다. 필요한 것은 맹목적 수용이 아니라 건설적 비판과 '성찰적 복종'이며, 그런 판단력은 다양성과 개방성에서 나온다는 논리다. 해사·공사가 왜 유탄을 맞느냐는 반론에는 "해사·공사도 폐쇄적 순혈주의에서 자유롭지 않다. 다른 세계를 경험해야 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이 전 교장은 "학생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며 현 체제에 예산과 제도를 먼저 지원해 개혁을 시행하고 몇 년간 평가한 뒤 통합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당부했다. 최 교수는 "모교가 합쳐진다는데 반대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면서도 "이건 국방 인재가 아니라 국가 인재를 기르는 문제다. 감정적 판단보다 찬반 주장을 면밀히 살펴 국민이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전체 대담 내용은 파이낸셜뉴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정리=[email protected] 한영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