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視角] 이제는 성장판 열 때
'상생과 공존' '소상공인 회복' '디지털 전환' '글로벌화'. 역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들을 상징했던 화두다. 박영선 전 장관은 '상생과 공존'을 취임 일성으로 내걸었고, 코로나19 한복판에서 취임한 권칠승 전 장관은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과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벤처기업인 출신인 이영 전 장관은 디지털 전환에 힘을 줬고, 외교관 출신인 오영주 전 장관은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강조했다. 장관이 바뀔 때마다 화두도 달라졌다. 처한 상황도, 풀어야 할 숙제도 달랐으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소영 장관이 제7대 중기부 장관에 취임했다. 1985년생, 올해 41세인 이 장관은 역대 중기부 장관 중 가장 젊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연소 국무위원 기록도 세웠다. 파격적인 발탁이다. 젊은 만큼 경험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젊은 감각이 만들어갈 변화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실제 이 장관이 취임하면서 꺼낸 말도 '관성'이었다. "필요하다면 틀을 깨고 부딪히며 역동적으로 일하겠다"며 "관성에 따르기보다 관성을 깨는 장관이 되고 싶다"고 했다. 후보자 시절 공언한 '규제개혁부 장관'에 대한 약속까지 떠올리면 젊은 장관의 패기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우리 중소기업을 둘러싼 분위기도 예전과 다르다.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기에는 이미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여주는 기업이 적지 않다.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액은 640억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6% 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수출 중소기업도 8만490개사로 가장 많았다. 특히 화장품이 눈에 띈다. 상반기에만 50억70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이름조차 생소했던 중소 화장품 브랜드들이 이제 세계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대기업이 아니어도 좋은 제품만 있으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기업들이 화장품에만 나와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버티고 있는 반도체는 그렇다 치더라도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 산업에서도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나와야 한다. 국내 기업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글로벌 선두기업과의 격차는 여전히 적지 않다. 완제품뿐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는 소재와 부품, 장비를 만드는 중소기업도 강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클 수 있는 길부터 열어줘야 한다. 정부 지원을 받아 어렵게 기술을 개발하고도 써주는 곳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연구실에 있던 기술이 실제 제품에 쓰이고, 매출이 되고, 수출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 중소기업 정책은 그동안 기업을 '키우는 것'보다 '돕는 것'에 익숙했다. 어려우면 정책자금을 주고, 기술개발과 해외 진출을 지원했다.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지원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지원을 받는 기업의 숫자에는 관심이 많으면서 정작 그 기업이 얼마나 컸는지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지원 이후다. 지원을 받은 기업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개발한 기술이 매출로 이어졌는지, 국내에 머물던 기업이 세계 시장으로 나갔는지를 따져야 한다. 가능성이 확인된 기업이 더 크게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무엇인지도 찾아 없애야 한다.
중기부의 성적표도 달라져야 한다. 예산을 얼마나 썼는지, 몇 개 기업을 지원했는지만 따질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 몇 곳이 중견기업으로 컸는지,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기업이 얼마나 나왔는지를 봐야 한다.
역대 장관들이 내세웠던 상생과 공존, 디지털 전환, 글로벌화는 틀리지 않았다. 지금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중소기업의 성장판을 열어야 한다. 이 장관이 임기를 마칠 때 '많이 지원한 장관'보다 '강한 중소기업을 많이 만든 장관'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