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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00조 넘는 미래기금, 지출 원칙부터 분명히 세우길

파이낸셜뉴스

호황 초과세수 상시지출은 경계
운용재량권 국회 철저히 심사를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사진=뉴시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사진=뉴시스

정부가 내년 신설할 미래대응기금의 규모가 당초 계획한 162조원을 넘어 200조원 이상으로 불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반도체 경기 호조 등에 힘입어 올해 초과세수가 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걷힌 것은 재정 운용에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일이다. 경기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의 일부를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하고 세수 감소기에 대비해 비축하겠다는 미래대응기금의 취지도 일리가 있다. 정부는 내년 45조4000억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분야에 투자하고 12조5000억원은 국채 신규 발행을 줄이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기금 덩치가 커질수록 정부의 재량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획예산처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기금 설명자료에 따르면 내년 순수 지출사업 131건 가운데 119건이 각 부처 요구안 그대로 반영됐고, 신규·증액 사업까지 합치면 125건이 원안 이상으로 편성됐다. 감액된 사업은 6건에 그쳤다. 이것만으로 심사가 부실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200조원을 넘나드는 거대 기금이라면 일반 예산보다 오히려 더 엄격한 사업선정 기준과 성과검증을 적용하는 게 맞다.

기금 운용의 재량을 지나치게 넓히려는 것은 아닌지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지방계정의 국고보조사업비를 최장 3년간 쓸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항목의 지출액도 일정 범위에서는 별도의 기금운용계획 변경안 없이 조정할 수 있게 할 방침이라고 한다. 설계나 부지 선정 등으로 지방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설명에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예외가 많아질수록 국회가 심의한 당초 계획과 실제 집행 사이의 간극은 커질 수 있다. 기금이 정치권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도 당연하다. 국회 심의 없이 변경할 수 있는 사업비의 범위와 요건은 엄격히 정하고 사유는 신속히 공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성과가 부진하면 재원을 자동회수하는 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재원의 성격에 맞는 지출원칙도 철저해야 한다. 한번 시작하면 줄이기 어려운 상시 지출을 일시적으로 늘어난 세수로 떠받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에는 아동기본수당, 농어촌 기본소득 등 계속 지출될 가능성이 있는 사업과 산업 인프라·인재양성 등 미래투자 사업이 함께 들어 있다. 반도체 업황이 꺾여 세입이 줄어도 한번 도입된 사업은 쉽게 없애기 어렵다. 결국 다른 세금이나 국채로 메워야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기금을 만들기 전에 지출원칙부터 분명히 세워야 한다. 일시적 초과세수는 AI·반도체 기반시설, 연구개발, 인재 육성 등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한시적 투자에 우선 사용하고, 지속적인 재정 부담을 낳는 사업은 안정적 세입 재원을 별도로 확보한 뒤 추진하는 게 원칙이어야 한다. 기금의 또 다른 목적인 재정 안정화가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초과세수 중 일정 부분을 국채 축소나 경기 하강기에 대비한 여유재원으로 남기는 기준도 필요하다.

200조원을 넘을 수 있는 기금은 단순한 여윳돈이 아니다. 호황기에 확보한 재정 여력을 미래 성장과 경기 하강기에 대비해 남겨두자는 것이 '재정 저수지'의 취지라면, 돈이 많이 들어왔다고 지출의 문턱까지 낮춰서는 안 된다. 세수가 잘 걷힐 때일수록 재정 운용은 더 신중해야 한다. 국회는 이번 미래대응기금법과 국가재정법 개정안 심사 과정에서 지출원칙과 기준부터 깐깐하게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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