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등서 또 잇단 연쇄 성폭행 사건.. 인도 전역서 시위 타오른다
【뉴델리(인도)=프라갸 아와사티 통신원】최근 인도 수도 뉴델리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집단 성폭행 등 강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여성의 신변 안전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다시 폭발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 2012년 가해자 처벌 수위를 획기적으로 높인 법 개정 이후에도 성범죄가 전혀 줄어들지 않으면서 사법 시스템의 실효성과 근본적인 사회적 인식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28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인도 대법원은 뉴델리 시내 공공공원 내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사건과 이동 중인 야간 버스 내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 등 최근 발생한 연쇄 성범죄에 대해 직권심리에 착수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수도권 일대에서 반복되는 성범죄 보도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2012년의 참극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러한 사건들은 시민의 기본적 안전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수사기관과 행정당국의 체계적 실패를 명백히 보여준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재판부는 "가로등 미비, 감시 카메라 부재, 순찰 부족 등 예방 가능한 행정적 허점으로 인해 공공공원, 버스, 지하철역 등이 범죄 위험 지대로 변질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단순한 연대 표명이나 사회적 분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치안 및 공공질서를 책임지는 당국에 명확한 책임을 물어 측정 가능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법원의 재판은 주말 내내 이어진 대규모 항의 시위 속에서 이루어졌다. 지난 수요일 뉴델리 시가지에서 시작된 학생들의 거리 행진에 이어, 금요일에는 델리대학교 학생 200여 명이 어거스트 크란티 마르그 일대에서 여성과 아동을 위한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주말 동안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월요일인 오늘도 곳곳에서 항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이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온 계기는 최근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들 때문이다.
지난 19일에서는 뉴델리 중심부의 한 공원에서 경찰을 사칭한 남성 3명이 17세 소녀를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비가 내리던 날에 길 가던 17세 소녀가 호의를 베풀겠다며 접근한 버스 기사와 안내원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는가 하면, 부패한 시신으로 발견된 16세 소녀의 성폭행·살해 사건까지 연달아 터졌다. 또 동부 비하르주에서는 십대 소녀가 성폭행당하는 영상이 유포되는 등 수도권 뿐만 아니라 인도 전역이 성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 사태는 2012년 인도 전역을 뒤흔들었던 '니르바야(두려움이 없는 자)' 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당시 23세 물리치료학과 학생이 버스 내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사망하자,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이에 인도 정부는 성폭행 범주를 확대하고 집단 성폭행 형량을 최소 20년형에서 최고 사형까지 대폭 강화하는 법 개정을 단행했다. 그러나 전문가와 여성 운동가들은 강력한 처벌 법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범죄기록국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인도의 일평균 성폭행 발생 건수는 80건으로, 법 개정 전인 2012년의 68건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가부장적인 사회적 시선과 피해자에 대한 낙인 때문에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사건을 고려하면 실제 범죄 수치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에서 성폭행 범죄가 끊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는 법 집행 기관의 역량 부족과 사법 지연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형사전문 실피 자인 변호사는 "일반적인 성폭행 재판은 1심까지 7~8년, 대법원까지 가면 20년이 걸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2024년 기준 법원에 계류 중인 성폭행 사건은 20만 건을 넘고, 그해 재판이 종결된 사건은 10%에도 못 미쳤다. 유죄 판결률도 2012년 이후 약 25%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 인권 활동가 요기타 바야나는 "늦은 시간 외출이나 남성과의 동행을 여성의 잘못으로 보는 가부장적 인식이 여전히 팽배하다"고 비판했다. 푸남 무트레자 활동가는 "범죄 예방은 범죄가 발생하기 전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디지털 공간, 경찰 시스템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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