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뇌졸중 남편 사라진지 18년… 내탓 같아 미안함뿐" [잃어버린 가족찾기]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2008년 실종된 김경춘씨 찾는 권미숙씨
방송국·경찰도 행방 확인할 단서 못찾아
"아들딸 결혼식도 함께 못해 마음 아프다"

김경춘씨 실종 당시 모습
김경춘씨 실종 당시 모습

"어디 갔다 왔냐고 묻고 싶어요. 어디에 그렇게 오래 있다 왔냐고요."

18년 전 사라진 남편 김경춘씨(현재 나이 72세)를 기다리는 아내 권미숙씨가 다시 만나면 가장 먼저 건네고 싶은 말이다. 남편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긴 기다림 속에서도 권씨는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남편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가족도 있고 나도 곁에 있으니, 할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족에게 다정한 가장이었다. 건강할 때는 직장생활을 하며 생계를 꾸렸고 자녀들의 학교 운동회가 열리면 함께 달리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도 건넸다. 그러나 뇌졸중이 찾아오면서 일상이 달라졌다. 처음 발병한 뒤에는 상태가 호전돼 정상적인 생활을 했지만 이후 병이 재발하면서 건강이 크게 악화됐다.

김씨가 사라진 것은 2008년 5월 14일로 당시 54세였다. 권씨는 그날 아침 남편에게 식사를 챙겨주고 목욕을 시킨 뒤 옷까지 갈아입혔다. 남편이 건강을 잃은 뒤 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권씨는 생계를 위해 교대근무를 하고 있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남편은 온데간데없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김씨가 평소 운동을 다니던 집 주변 등을 수색했다. 가족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김씨를 찾는 전단을 들고 김천과 상주를 비롯한 경북 곳곳을 돌아다녔다. 권씨는 "전단지는 수도 없이 (뿌렸고) 경상북도는 거의 다 돌았다"고 기억했다. 방송을 통해 남편을 찾기도 했고 경찰청까지 찾아갔지만 행방을 확인할 단서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권씨는 남편의 행방에 대해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던 지난 시간을 "정말 미로 같았다"고 회상했다.

실종 당시에는 지금처럼 곳곳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도 않았다. 권씨는 "지금은 CCTV가 골목마다 많은데 옛날에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의 행적을 좇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권씨의 마음 한편에는 18년째 지워지지 않는 미안함도 남았다. 당시 형편이 넉넉해 자신이 직장에 나가지 않고 남편 곁을 지킬 수 있었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남편이 사라진 뒤에는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 찾아다녔다.

그 사이 두 자녀는 어른이 됐다. 1984년생 아들과 1989년생 딸은 모두 결혼해 가정을 꾸렸고 손주들도 태어났다. 가족에게 기쁜 일이 생길 때도 김씨의 빈자리는 오히려 더 크게 느껴졌다. 권씨는 "특히 애들 출가할 때 남편 생각이 났다"며 "기쁨도 슬픔도 같이 하는 게 가족인데 그걸 못하니까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김씨가 사라진 날 몸에 지니고 있던 물건에도 부부의 시간이 남아 있다. 실종 당시 김씨가 착용했던 다이아몬드 반지는 결혼반지였고, 18K 시계는 부부가 함께 맞춘 커플시계였다. 김씨는 결혼반지와 시계를 지닌 채 집을 나섰다. 권씨는 자신의 시계를 18년이 지난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그는 "이제 남편이 반지와 시계를 지니고 있지 않아도 괜찮다"며 "어떤 모습으로든 돌아와 달라"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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