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해협 통제력 떨어진 이란에… 중재국, 핵무기 양보 권유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호르무즈 통과 원유량 60% 회복
美 유리하게 협상 주도권 기울어
트럼프 "이번주 회담 예상" 여유
11월 선거 앞두고 추가 타격 가능

27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이란 국기를 내건 현지 준군사 조직(바시지군) 대원들이 해안가를 순찰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이란 국기를 내건 현지 준군사 조직(바시지군) 대원들이 해안가를 순찰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전쟁 7개월째를 맞은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 대신 '버티기'에 들어간 가운데 주변 상황이 미국 쪽으로 유리하게 기울고 있다. 협상 중재에 나섰던 중동 국가들은 이란 측에 핵무기 쟁점에서 미국의 요구를 일부 들어주라고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번 주 이란과 추가 회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협상의 문을 열어뒀다.

■호르무즈 60% 정상화… 협상 위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28일 다국적 해양 운송 정보 플랫폼 케플러를 인용해 이달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원유 규모가 일평균 936만배럴로 8월보다 356만배럴 늘었다고 전했다. 이는 이란전쟁 개전(2월 28일) 이후 최대 규모이며 전쟁 전 호르무즈해협 통과 원유(일평균 1500만배럴)의 약 60%에 해당하는 숫자다. 해당 집계에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해협을 몰래 통과한 선박의 원유도 포함됐다.

닛케이는 최근 미국·이란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가 안정적인 이유 중 하나로 호르무즈해협 정상화를 꼽았다. 이란은 지난 7월부터 해협 봉쇄를 선언했으나 미군이 해협 주변의 이란 선박을 제지하고, 해협 안쪽 산유국들이 AIS 없이 석유를 운반하면서 해협 통제력을 상실하고 있다.

영국 버밍엄대학교의 우머 카림 페르시아만 안보 연구원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이란의 해협 통제력 약화가 "(종전) 협상에서 이란의 협상력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26일 발표에서 이란이 제시한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계획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WSJ는 미국이 이란 인근 바다에서 이란 관련 선박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전략에 대해 예전보다 더욱 확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WSJ는 트럼프가 종전 협상보다 군사 공격 재개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란과 지난 6월에 맺었던 종전 양해각서로 복귀할 생각이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27일 인터뷰에서 11월 3일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를 언급하고 그 전에 이란에 대한 추가 타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남은 카드는 핵무기 양보

이란 정부는 트럼프의 강경 태도에도 굴하지 않고 있다. WSJ에 따르면 현재 이란 정부는 미국의 제재 장기화 및 폭격 재개에 버틸 수 있다고 자신하는 상황이다. 중동 관계자는 이란의 권력이 강경 세력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에게 집중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아바스 아그라치 외무장관은 27일 미국 NBC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전쟁이 재개될 경우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설령 파멸적 전쟁으로 치닫더라도 어떠한 새로운 공격에도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버밍엄대의 카림에 따르면 이란 강경파는 트럼프와 공화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 더 이상 미국 정치를 신경 쓰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이란을 공격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카타르를 비롯한 종전 중재국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 타니 카타르 총리는 이달 인터뷰에서 친(親)이란 후티 반군의 약진을 지적하며 "지금 분쟁이 몹시 복잡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AFP통신에 따르면 후티 반군의 야히야 사리 대변인은 27일 발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날 예멘 남서부 타이즈주의 후티 통제 지역에 있는 재래시장을 2차례 공습해 약 50명이 숨지거나 다쳤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올해 이란을 돕기 위해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해협 일대를 점령하고 이란의 숙적인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한 공격을 재개했다.

WSJ는 중동의 협상 중재국들이 이란에게 핵무기 관련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트럼프가 최근 전쟁의 화두를 호르무즈해협 탈환에서 다시 원래 목적이었던 이란 비핵화로 틀고 있다고 설명했다. 27일 트럼프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모든 사안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27일 방송된 미국 CBS 인터뷰에서 핵무기 제한에 동의할 수 있냐고 묻자 "물론 동의한다. 이전 회담에서 이미 이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답했다. 그는 국제 핵 사찰단의 이란 접근에 대해 "만약 그들이 들어와서 시찰하기를 원한다면, 협상 과정에서 그 특정 사안에 대해 합의와 동의를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는 같은 날 미국 정치매체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주 이란과 더 많은 협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들은 합의를 원하지만 내가 원하는 합의는 아니다. 이란은 지나치게 강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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