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 칼럼] 국민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
"국민 이기려 하지 말라" 與의 고언
신뢰의 위기가 여론 악화의 본질
공소취소 논란 지지 하락 주요인
정책 실패 외부 탓하면 정권 위기
국민 본성 따르는 게 최고의 정치
민심이 국정 방향 리셋 목표 돼야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18일 기자회견을 앞두고 "국민을 상대로 이기려 하지 말라"는 고언을 내놓았다. 여론 악화의 본질은 국정 운영의 "신뢰 기반이 무너진 것이 핵심"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의 직언은 당내 비명계의 견제구나 정치적 수사가 아니었다. 정권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이자, 국민 여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라는 조언이었다. 윤 의원의 성품처럼 온건하지만, 진정성을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윤 의원이 언급한 "신뢰의 위기"는 현재 국정이 직면한 실상을 정확히 파악한 것이다. 신뢰 훼손의 원인으로 공소취소와 연임 개헌 논란을 짚은 윤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찌꺼기를 모두 털어내야 한다"는 해법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 기자회견 후 윤 의원은 "마음을 놓았다"는 호평을 내놓았다.
여론의 반응은 엇갈린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21~2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3.1%p 상승한 37.9%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는 3.3%p 하락해 60.1%로 나타났다. 반면 조원씨앤아이(스트레이트뉴스 의뢰)가 지난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37.0%, 부정 평가는 60.8%로 집계됐다. 같은 기관이 지난 5~7일 실시한 직전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긍정 평가는 38.1%였다. 같은 기간 긍정 평가는 1.1%p 하락, 부정 평가는 1.0%p 상승했다. 주목할 부분은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배경이다. 응답자의 24.3%가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논란'을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꼽았다. '부동산 가격과 주택 정책'이 17.7%, '검찰·사법개혁 관련 논란'이 17.5%로 뒤를 이었다.
여론조사에서 보듯 이번 회견에서 가장 예민한 이슈는 대통령 본인의 '공소취소' 논란이었다. 윤 의원이 의혹의 깔끔한 정리를 요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회견에서 대통령은 특검의 공소취소 권한 삭제를 요구했지만 '공소취소 추진 전면 철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말로 여전히 불씨를 남겨둔 태도는 국민의 의구심을 강화시켰을 뿐이다. 이 대통령은 본인에 대한 공소취소 논란을 완전히 폐기하겠다는 선언을 내놓았어야 했다. 야당은 물론 같은 진영 내에서의 공세를 차단하고, 국정운영의 강한 동력을 얻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는 점에서 아쉽다. 상대적으로 '연임개헌' 논란에 대해서는 헌법상 불가능하고, 연임 생각도 없다는 말로 확실한 선을 그었다고 본다.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회견 기조는 대중을 '교육'시키려는 훈계조에 가까웠다. 부동산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 시절, 인허가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설사 사실이라 해도 현 정권이 들어선 지 거의 1년 반이 되었다. 전 정권 탓보다 "일은 잘한다"고 자랑한 실력을 보여야 할 때다. 코스피 급등락의 원인이 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에 대해 "정부 정책의 불완전성과 부족함이 있던 건 맞는 것 같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레버리지 ETF가 어떤 과정으로 결정됐는지 세부적인 절차 내용은 제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는 결정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로서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다. 정책의 실패는 수정하고 보완하면 된다. 하지만 그 원인을 외부나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순간, 정책의 위기는 곧바로 정권의 위기로 직결된다.
윤 의원이 지적한 정치의 요체는 동서고금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 사마천은 '사기(史記)'에서 백성의 자연스러운 본성과 삶의 방식을 순리대로 이끄는 정치를 최고의 정치로 꼽았다. 차선의 정치는 백성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을 제시하여 유도하는 정치라 보았다. 세 번째는 백성을 훈계하고 교육하려는 정치로서, 이때부터 정치가 백성의 본성을 거스르기 시작한다고 한다. 법령과 형벌을 촘촘하게 만들어 백성들의 행동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정치가 차악, 백성과 다투는 정치가 최악의 정치라고 보았다.
다시 윤 의원의 말이다. "아직 임기 초반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방어가 아니라 국정 방향을 다시 세우는 리셋입니다." 국가가 권력으로 국민의 삶을 간섭하고 억누르는 정치보다 국민의 자유로운 본성을 보장해 주는 정치(1, 2단계)가 진정으로 위대한 정치임은 역사가 증명한다. 이 대통령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는 말로 부동산 정책의 성공을 자신한 바 있다. 현 시국에 적합한 표현으로 그 말을 빌리자면 "국민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일 것이다. 그게 국정방향을 다시 세우는 리셋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