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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우리 집은 안전하다는 착각

파이낸셜뉴스
이보미 전국부 차장
이보미 전국부 차장

아파트나 주택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화재사고가 나면 스프링클러가 있었는지, 감지기와 경보설비는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이 뉴스에 나온다. 건물이 언제 지어졌고, 당시 설치 의무가 있었는지, 안전점검은 언제 받았는지도 뒤따라 알려진다. 사고가 난 뒤에야 그 집에 무엇이 없었는지를 따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내가 사는 집의 '사정'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파트라면 관리사무소가 정기적으로 소방점검을 하니 필요한 시설은 모두 갖춰져 있으리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점검을 받은 집과 화재에 안전한 집은 같은 말이 아니다.

소방점검은 이미 설치된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살피는 절차다. 건축 당시 설치 의무가 없어 처음부터 없던 스프링클러까지 새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노후주택의 위험은 법을 어긴 데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지을 당시에는 적법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지금의 안전기준에는 못 미치게 된 집이 적지 않다. 안전에도 '시간의 공백'이 생긴다.

숫자로 보면 그 공백은 작지 않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 2172만세대 가운데 연기감지기 설치가 필요한 주택은 897만세대다. 전체의 41.3%, 10가구 중 4가구꼴이다. 아파트가 572만세대, 일반주택이 325만세대다. 주택 화재 사망자의 72%가 연기 흡입으로 숨졌다는 점까지 놓고 보면 가볍게 넘길 수치가 아니다. 연기감지기는 불을 끄지는 못하지만 잠든 사람을 깨워 대피할 시간을 벌어준다.

정부도 최근 노후주택 화재 재발방지 대책을 보완했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노후 공동주택의 전기안전점검을 강화하고, 연기감지기와 자동확산소화기 보급을 늘리기로 했다. 소방당국은 수급자와 중증장애인, 독거노인 등 화재 취약계층 453만세대에 감지기를 지원하고 있다. 나머지 444만 세대는 현재 지원 대상이 아니다. 정부는 지원 대상을 화재취약주택까지 넓히고 주민이 직접 화재안전점검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방향은 맞다. 관건은 대책이 실제 가정의 설치까지 이어지느냐다. 감지기가 필요한 주택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은 단순한 시설 부족을 넘어, 주민이 자기 집의 위험을 알고 대비하도록 하는 안내가 충분했는지 돌아보게 한다. 관리사무소와 지자체, 소방당국이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설치해야 하는지 주민에게 더 쉽게 알려야 하는 이유다.지원 대상이 아닌 가구가 필요한 시설을 마련하는 것은 거주자의 몫이다. 그러나 자기 집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실제 설치로 이어지도록 돕는 데까지 행정이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화재는 사고가 난 뒤에야 집의 약점을 드러낸다. 생활 안전행정은 그 약점을 사고 전에 주민이 알고 대비할 수 있게 하는 데까지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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