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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전 3-0 완승이 낳은 나비효과? 모레노의 '지나친 낙관론'이 참패를 불렀다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풀백 전진+압박 실패+전환 수비 붕괴'의 콜라보… 우루과이에 뻥 뚫린 45분
에콰도르전 완승이 독 됐다? 韓 축구 '전제조건' 너무 낙관한 사령탑의 오판

일 서울 마포구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 대 우루과이의 경기, 대한민국 이강인이 드리블 하고 있다. 뉴시스
일 서울 마포구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 대 우루과이의 경기, 대한민국 이강인이 드리블 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전술이 나빴던 것이 아니다. 그 전술을 그라운드에서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을 한국 축구가 당장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사령탑의 지나친 낙관론이 부른 참사다.'

결과적으로 지난 24일 에콰도르전 3-0 완승은 모레노호에게 '치명적인 함정'이자 독배가 되었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8일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1-4로 굴욕적인 대패를 당했다. 전반에만 3골을 내리 헌납하며 수비가 그야말로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경기를 본 팬들과 전문가들은 분노와 충격에 휩싸였지만, 냉정하게 복기해 보면 이번 대참사는 단순히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우루과이보다 부족해서" 벌어진 일차원적인 패배가 아니다. 전반전, 한국이 우루과이에게 '가장 공격하기 좋은 최적의 판'을 스스로 깔아주었기 때문이다.

모레노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자체는 꽤 명확하고 트렌디하다. 단순히 4-4-2라는 포메이션의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높은 위치에서의 공간 점유, 공을 잃은 직후의 즉각적인 강한 압박, 그리고 빠르고 간결한 공격 전환을 하나의 게임 모델로 묶어내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28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에서 4-1로 승리한 우루과이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뉴스1
28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에서 4-1로 승리한 우루과이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뉴스1

문제는 이 '모레노식 축구'를 우루과이 같은 남미 최상위 레벨을 상대로 구사하려면 엄청난 '전제조건'들이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맞물려야 한다는 점이다.

핵심은 '풀백의 전진'에 있었다. 공격 시 양쪽 풀백이 높게 올라가면 당연히 측면 뒷공간이 텅 비게 된다. 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전방에서 공을 잃었을 때 즉시 압박이 들어가 상대의 전진 패스를 끊어내야만 한다. 만약 1차 압박이 뚫리면 미드필더진이 끈질기게 지연시켜야 하고, 이마저도 실패하면 센터백이 광활한 뒷공간을 맨몸으로 커버해야 한다.

우루과이전의 한국은 이 전제조건이 단 하나도 충족되지 않았다. '풀백 전진 → 전방 압박 실패 → 전환 수비 실패'라는 최악의 연쇄 붕괴가 일어난 것이다.

우루과이는 이 약점을 놓치지 않았다. 한국의 1차 압박을 여유롭게 통과한 뒤, 수비 저지선이 사라진 측면 뒷공간을 정확하고 빠르게 유린했다. 전반 13분 다르윈 누녜스의 선제골, 27분 히오르히안 데 아라스카에타의 추가골, 그리고 43분 역습 상황에서 나온 김민재의 뼈아픈 자책골까지. 전반전에만 3-0이 만들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28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 대한민국 김승규가 우루과이 다르윈 누녜스에게 추가골을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뉴스1
28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 대한민국 김승규가 우루과이 다르윈 누녜스에게 추가골을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뉴스1

모레노 감독은 틀린 전술을 들고나온 것이 아니다. 다만 그 해답을 너무 '낙관적'으로 잡았을 뿐이다. 에콰도르전에서는 같은 4-4-2를 바탕으로 한 높은 압박과 간결한 공격이 제대로 통했다. 이 달콤한 3-0 승리의 기억이, 우루과이라는 훨씬 빠르고 강한 상대를 앞두고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으로 이어진 셈이다.

모레노 감독 스스로도 경기 후 "양쪽 풀백을 높이 올려 중앙을 통해 빌드업하려 했으나 상대 압박에 고전했고, 공을 잃은 직후 역습에 크게 당했다"며 전반전 운영과 전술적 문제 파악이 늦었음을 깨끗하게 인정했다.

단순히 실력 차이로 치부하기엔 1-4라는 스코어는 너무나 뼈아프다. 감독의 이상과 전술적 낙관론이 현실의 냉혹한 '전제조건'을 만나면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 모레노호는 상암벌에서 가장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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