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사자의 코털을 건드려?" 뿔난 허수봉·임동혁 34점 폭격… 대만 3-1로 꺾고 8강 선착 [나고야 AG]
2·3세트 도합 25점만 내주는 '무자비한 경기력'
허수봉 18점-임동혁 16점 등 34점 맹폭… 8년 만의 메달 사냥 '청신호'
29일 중국과 조 1위 결정짓는 매치
[파이낸셜뉴스]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대가는 너무도 가혹했다. 1세트를 내주며 잠시 주춤했던 한국 남자배구가 곧바로 무자비한 융단폭격을 퍼부으며 대만 코트를 그야말로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세계랭킹 25위)은 28일 일본 아이치현 파크 아레나 고마키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배구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대만(55위)에 세트 스코어 3-1(24-26, 25-10, 25-15, 25-23)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전날 필리핀을 3-0으로 가볍게 완파했던 한국은 이날 대만마저 제압하며 파죽의 조별리그 2연승(승점 6)을 질주, 조 1위로 8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 짓는 기염을 토했다.
승부는 롤러코스터 같았다. 1세트, 한국은 리시브가 흔들리며 듀스 접전 끝에 24-26으로 허무하게 세트를 내줬다. 객관적 전력상 압도적 우위였기에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일격을 당한 태극전사들의 눈빛이 2세트부터 매섭게 돌변했다. 한국은 살벌한 강서브로 대만의 리시브 라인을 산산조각 냈다. 정상적인 공격 루트가 완전히 차단된 대만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2세트 25-10, 3세트 25-15. 두 세트를 합쳐 대만에게 단 25점만을 허용하는, 그야말로 배구에서 보기 드문 '가비지 타임' 그 자체였다.
대만도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진 않았다. 벼랑 끝에 몰린 4세트, 대만의 거센 저항에 부딪힌 한국은 세트 막판 21-22로 끌려가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클러치 상황, 한국에는 '해결사'들이 있었다.
에이스 허수봉(현대캐피탈)이 묵직한 강타로 22-22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 이상현의 천금 같은 블로킹이 터지며 23-22로 단숨에 전세를 뒤집었다. 허수봉의 서브 범실로 잠시 흔들렸으나, 임동혁(대한항공)이 통렬한 득점을 꽂아 넣으며 매치 포인트에 도달했고 결국 상대 범실을 유도하며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승리의 1등 공신은 단연 좌우 '쌍포' 허수봉과 임동혁이었다. 허수봉이 양 팀 최다인 18점을 폭발시켰고, 임동혁이 16점을 거들며 두 날개에서만 무려 34점을 합작해 대만 수비진을 붕괴시켰다.
8년 만의 아시안게임 메달을 정조준하는 라미레스호의 시선은 이제 '만리장성' 중국을 향한다. 똑같이 2승을 거뒀지만 승점에서 앞선 한국(6점)과 중국(5점)은 29일 같은 장소에서 조 1위 자리를 놓고 물러설 수 없는 최종전을 벌인다.
한국이 중국을 꺾고 D조 1위를 차지할 경우, B조(이란, 태국, 인도네시아, 키르기스스탄) 2위와 8강에서 격돌하게 되어 메달로 가는 길이 훨씬 수월해진다. 1세트의 충격을 '미친 화력'으로 되갚아준 한국 배구의 기세라면 중국 격파도 결코 꿈이 아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