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고교 단체관람, 세뇌하냐" vs "학생들이 압도적 선택" 찬반 격론
울산 한 고교 단체관람 추진 소식에 온라인서 갑론을박
[파이낸셜뉴스]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이 교육 현장으로 번졌다. 울산의 한 고등학교가 단체 관람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찬반 여론이 충돌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에는 울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뒤 영화 '암살자(들)'을 단체 관람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교육청에 민원을 넣자"며 "학부모님 역사왜곡으로 아이들 세뇌되는 거 보고 싶은 거 아니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영화 관람과 달리 학교 차원에서 단체 관람을 진행하는 만큼 교육적 적절성을 따져야 한다는 반응이다. 반면 실제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극영화라는 점에서 창작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같은 공방 속에서 단체 관람이 예정된 학교의 1학년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시험이 끝난 뒤 볼 영화를 학생들이 직접 투표했고, '암살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사실상 관람을 강요한 것 아니냐는 반응에 대해서는 "선생님들의 어떠한 개입이나 강요도 없었다"며 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학생 다수가 영화에 정치적 논란과 역사왜곡 논쟁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영화를 그대로 역사적 사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재미를 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보고 싶어 고른 영화인 만큼 "관람을 막기 위한 민원은 멈춰달라"고 당부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15일 광복절 기념 행사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극 중 형사와 기자들은 자신들이 목격하거나 취재한 내용과 수사본부 발표가 엇갈린다는 점에 의문을 품고 사건의 실체를 추적한다.
당시 특별수사본부는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실패했고, 이 과정에서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고 결론 내렸다. 반면 영화는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와 형사를 통해 공범과 권력기관 개입 가능성 등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역사왜곡 논란이 일었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수사 당국의 공식 결론과 다른 가능성을 열어둔 영화 전개를 놓고 비판이 일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암살자(들)'은 육영수 여사를 암살한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인 것처럼 왜곡했다"며 "영화적 상상력이 아니라 유족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패륜적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을 권양숙 여사가 사주했다는 영화가 나오면 그것도 표현의 자유인가"라고 반문하며 사자 명예훼손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노무현 대통령 건드리면 줄줄이 고소 고발당한다. 박정희 대통령 모욕은 '표현의 자유'라고 한다. 표현의 자유는 좌파의 전유물인가", "영화적 상상력과 표현의 자유 한계를 넘어 역사적 왜곡이자 선동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규정했다.
과거 고 육영수 여사를 보좌했던 김두영 전 청와대 비서관 또한 "박정희 악마화에 불과하다"며 "박정희 대통령은 육 여사 빈소에서 나를 붙들고 대성통곡했고, 밤에도 빈소를 찾아 홀로 분향하며 울었다. 이런 분이 정권 유지를 위해 아내를 숨지게 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도 움직였다. 28일 입장문을 내고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 재단 측은 "영화 제작사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해당 영화 상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국가적 비극을 흥행과 오락의 소재로 활용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사회적 갈등과 국론 분열을 초래하는 행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암살자(들)'의 제작진은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암살자(들)'은 1974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당시 사건과 관련하여 작성된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며 "본 작품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며,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고 해명했다.
이어 "역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다양한 해석과 비판이 있을 수 있고 제작진은 그러한 의견을 존중한다"면서 "다만 작품 고유의 창작 의도와 성격을 넘어 특정한 정치적 목적 의도로 제작된 영화가 아님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앞서 영화를 연출한 허진호 감독은 "이 사건은 태생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며 "그렇다면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 했을 때 그 시대를 뜨겁게 살았던 각각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지난 23일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27일까지 156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email protected] 안가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