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기 힘든 섬마을 만성질환자, AI가 먼저 건강 살핀다
가천대 길병원, 인천 도서지역 200명 대상 실증
이상 징후 땐 지역병원·대학병원 협진
【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섬 지역에 사는 만성질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장거리 이동해야 하는 의료 접근성 문제를 인공지능(AI)과 웨어러블 기술로 보완하는 사업이 시작됐다.
가천대 길병원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AI 기반 콜센터를 이용한 의료취약지 만성질환 협진 플랫폼 상용화 실증 사업'에 선정돼 지난 8월부터 사업에 들어갔다고 29일 밝혔다.
의료취약지역에서는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더라도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혈압과 심전도 등을 확인하고 복약 상태를 점검하는 일이 쉽지 않다. 특히 섬 지역은 의료기관과 전문의가 부족해 건강 이상이 발생한 뒤에야 진료를 받는 경우 의료 공백이 커질 수 있다. 이번 사업은 이런 의료 접근성의 한계를 디지털 기술로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강화병원과 강화BS병원, 백령병원, 호세요양원, 늘편안한요양원, 덕적보건지소, 연평보건지소 등 인천 도서·의료취약지역 7개 거점기관이 참여하며, 만성질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증이 진행된다.
참여자에게는 12채널 웨어러블 심전도기가 제공된다. 심전도와 혈압, 산소포화도 등의 건강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AI 콜센터가 전화로 증상과 건강 상태, 복약 여부 등을 점검한다.
이 과정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AI가 지역 의료진에게 알람을 보내고,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확인한다. 추가 진료가 필요하면 지역 의료기관에서 진료하고, 대학병원 전문의의 판단이 필요한 경우 가천대 길병원으로 연계한다. 이후에는 다시 지역 의료기관이 환자를 추적 관리한다.
기존 의료서비스가 '환자가 병원을 찾아가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사업은 환자의 상태를 먼저 살피고 의료진에게 연결하는 방식이다. AI가 의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의 위험 신호를 놓치지 않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맡는 셈이다.
가천대 길병원은 앞서 2023년부터 의료취약지 요양원을 대상으로 비대면 의료서비스와 원격협진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번에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만성질환자를 평상시부터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가천대 길병원은 이번 실증을 통해 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 효과와 진료 효율성을 검증하고, 응급상황 조기 발견과 중증화 예방, 의료 접근성 개선 효과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사업책임자인 박정웅 가천대 길병원 호흡기공공전문진료센터장(호흡기알레르기내과)은 "AI와 웨어러블 기술이 의료진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위험신호를 보다 빨리 발견하고 지역 의료진과 대학병원 전문의를 신속하게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한갑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