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이 본 韓 AI 경쟁력…반도체 넘어 '기술 수용력'이 무기
이재용·최태원 회장도 엔비디아와의 AI동맹 부각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인공지능(AI)을 '만드는 나라'이면서 동시에 산업과 사회 전반에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는 독특한 국가로 평가했다. 세계적인 반도체·제조업 기반에 신기술을 적극 수용하는 사회적 특성이 결합돼 AI 시대에는 인구 규모를 뛰어넘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각각 엔비디아와의 AI 협력을 강조하며 한국 기업과 엔비디아의 'AI 동맹'을 부각했다.
■"AI로 체급 뛰어넘는 한국"
황 CEO는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2026 연례 갈라에서 "한국은 AI를 소비하는 동시에 수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거의 유일한 나라"라며 "한국의 정말 특별한 점 가운데 하나는 사회 전체가 기술을 사랑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혁명 당시 유럽에서 탄생한 기술을 미국이 산업과 경제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시킨 사례를 들었다. 황 CEO는 "한국은 기술을 발명할 수 있고, 동시에 그 기술을 사회 전체로 확산시킬 수도 있다"며 "한국 사회가 기술을 환영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I가 한국의 인구 규모라는 제약을 뛰어넘게 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그는 "한국의 포부는 한국이 가진 인적자본의 규모보다 크다"며 "전체 인구로 보면 작은 나라지만 AI와 자동화를 이용하면 자신의 체급을 훨씬 뛰어넘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와 제조업은 이를 뒷받침할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다. 황 CEO는 "한국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산업을 가진 국가 중 하나이며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 공급국"이라며 "한국은 AI 기술을 생산할 뿐 아니라 AI와 로보틱스, 피지컬 AI로 자국 제조업을 혁신하는 데도 매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K와 33년 인연…"앞으로 33년 더 함께"
엔비디아와 한국 기업의 협력은 이미 반도체를 넘어 AI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황 CEO는 삼성전자와 SK에 대해 "이미 여러 해에 걸쳐 제품 개발을 함께하고 있다"며 "한국의 제조 역량과 생산능력은 명백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SK와 삼성, 한국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 이보다 더 큰 확신을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협력 대상은 LG와 현대차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황 CEO는 한국의 소버린 AI 언어모델 개발과 AI 랩 설립을 추진하는 한편 반도체 제조·로보틱스·전력·자율주행 등에서 한국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의 협력은 폭넓고 깊으며 매우 장기적"이라며 "한국과 33년 동안 일해왔고 앞으로도 33년 더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생산 확대에 따른 비용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 CEO는 미국에서 생산한 메모리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에 "우리는 지금도 어디에서 생산됐든 메모리에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다"며 "SK와 삼성이 생산시설을 세계 여러 곳으로 분산하는 것은 공급망의 회복탄력성에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한국에 투자하는 것처럼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도 양국 관계와 공급망, 일자리 창출에 모두 좋다"며 "전체적으로 긍정적(net positive)"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들도 'AI 동맹'을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황 CEO의 밴 플리트상 수상을 축하하며 "우리 두 회사 모두 AI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엔비디아는 두뇌를 설계하고 SK는 메모리를 만든다"며 양사의 역할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