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빌린 돈이 재정자금의 1.56배… 3년째 차입부담 확대
차입부채 비율 155.8%… 25.8%p 늘어
총부채 1조9495억… 차입 비중 88.3%
역대 최대 세입에도 지방채 2041억원
올해 지방채 4500억대… 관리 부담 확대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도가 보유한 현금과 장·단기 금융상품보다 중앙정부와 금융기관 등에서 빌린 돈이 1.5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자금 대비 차입부채 비율은 2022년 82.1%에서 지난해 155.8%까지 3년 연속 상승했다.
29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재정자금 대비 차입부채 비율은 155.8%로 전년 130.0%보다 25.8%p 상승했다.
재정자금은 제주도가 보유한 현금과 장·단기 금융상품이다. 차입부채는 중앙정부나 금융기관 등에서 빌려 향후 갚아야 할 돈이다. 비율이 155.8%라는 것은 재정자금이 100원이라면 차입부채가 155.8원이라는 의미다.
■ 재정자금 100원에 차입부채 155.8원
추세는 2022년 이후 뚜렷하게 상승하고 있다. 재정자금 대비 차입부채 비율은 2021년 115.5%에서 2022년 82.1%로 떨어졌다. 이후 2023년 95.9%, 2024년 130.0%, 지난해 155.8%로 3년 연속 높아졌다.
제주도도 결산서에서 2022년 이후 비율이 계속 상승하면서 보유 자금으로 빌린 돈을 갚아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를 위해 차입이 늘 수 있지만 최근 상승 흐름은 재정관리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전체 부채 가운데 차입부채 비중도 커졌다. 총부채 대비 차입부채 비율은 2022년 76.0%, 2023년 76.3%에서 2024년 86.6%, 지난해 88.3%로 높아졌다. 지난해만 전년보다 1.7%p 상승했다.
부채 대부분이 장·단기 차입과 지방채 등 빌린 돈에서 발생하는 구조가 한층 짙어진 셈이다.
지난해 말 제주도의 총부채는 1조9495억원으로 전년 1조8477억원보다 1018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장기차입부채가 1조3531억원이다.
■ 총자산 30조원 넘지만 72.3%는 사회기반시설
차입부담이 커졌다고 해서 제주도가 당장 재정위기에 놓였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난해 말 총자산은 30조531억원으로 전년보다 7517억원 증가했다. 총부채를 제외한 순자산도 28조1036억원으로 6499억원 늘었다.
총자산 대비 총부채 비율은 6.5%다. 전년 6.3%보다 0.2%p 높아졌지만 자산 전체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다만 지방정부 자산은 기업의 현금성 자산과 성격이 다르다. 제주도 자산 가운데 도로와 상수도, 항만 등을 포함한 사회기반시설은 21조7335억원이다. 전체 자산의 72.3%를 차지한다.
주민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설이어서 부채 상환을 위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 결산서가 총자산 대비 부채 비율과 별도로 재정자금 대비 차입부채 비율을 제시하는 이유다. 자산 전체 규모와 별개로 실제 보유 현금·금융상품과 빌린 돈의 관계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 역대 최대 세입 8조5123억… 지방채도 2041억
지난해 제주도에 들어온 돈은 사상 최대였다. 2025회계연도 총세입은 8조5123억원으로 전년 7조9329억원보다 5794억원, 7.3% 증가했다. 종전 최대였던 2022년 8조2855억원도 넘어섰다.
제주도는 국고보조금 증가와 지방소비세 실적 개선 등을 세입 확대의 주요 배경으로 설명했다.
세입 구성은 지방세수입 1조8762억원, 세외수입 5476억원, 지방교부세 1조9394억원, 보조금 2조3325억원 등이다. 지방채를 통해 들어온 돈도 2041억원으로 총세입의 2.4%를 차지했다.
세출 증가 속도는 세입보다 빨랐다. 지난해 총세출은 7조8611억원으로 전년보다 5892억원, 8.1% 증가했다. 최근 5년 평균 증가율도 세입은 4.3%, 세출은 5.4%로 세출 증가율이 1.1%p 높았다.
세입에서 세출을 뺀 결산상 잉여금은 6512억원이다. 이 가운데 이미 사업 목적이 정해져 다음 해로 넘어가는 이월금이 419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순세계잉여금은 1859억원, 국고보조금 실제반납금은 447억원이었다.
결산상 잉여금 전체를 재정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윳돈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 2026년 지방채 4500억대… 차입 확대 흐름 이어져
지난해 결산 수치는 올해 재정운용과 연결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3일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지방채 발행 규모가 평년 2000억원대에서 올해 4500억원대로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위 지사는 당시 관리채무가 이미 높은 수준에 올라온 만큼 지방채를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채무를 줄이기 위한 로드맵과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2025년 결산에서 재정자금 대비 차입부채 비율이 155.8%까지 오른 상황에서 올해 지방채 발행까지 확대된 만큼 차입 증가가 한 해에 그친 현상인지 중기적 흐름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다만 지난해 결산의 지방채 세입 2041억원과 올해 지방채 발행 4500억원대는 기준이 다르다. 전자는 2025회계연도에 실제로 들어온 세입이고 후자는 2026년 재정운용 과정의 발행 규모다. 두 숫자를 같은 기준으로 단순 증감 비교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지방채 총액 자체보다 차입금의 사용처와 상환 구조다.
사회기반시설처럼 장기간 편익을 주는 사업에는 세대 간 비용을 분담한다는 점에서 지방채 활용의 필요성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반복적인 세입 부족을 메우는 용도로 차입이 늘어나면 미래 재정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함께 커진다.
재정의 건전성은 빚의 규모와 함께 예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했는지도 봐야 한다.
지난해 일반회계 예산집행률은 93.5%, 기타특별회계는 96.5%였다. 상수도와 하수도, 공영버스운송사업 등 3개 공기업특별회계의 집행률은 80.9%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번 결산서만으로는 공기업특별회계 집행률이 낮아진 원인을 사업 지연과 이월, 불용 가운데 어느 요인이 주도했는지까지 확인하기 어렵다. 차입부채가 어떤 사업에 투입됐는지, 평균 금리가 얼마인지, 만기가 어느 시기에 집중되는지와 연간 원금·이자 상환액도 별도의 세부 자료를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제주 재정을 판단할 때 총부채 1조9495억원이라는 숫자만 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총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6.5%지만 재정자금 대비 차입부채는 155.8%까지 올라왔다. 지난해 역대 최대 세입을 기록한 뒤에도 올해 지방채 발행 규모는 4500억원대로 확대됐다.
앞으로의 핵심은 차입한 재원을 어디에 투입하고 그 투자가 지역경제와 자체 세입 확대로 연결되는지, 원금과 이자를 감당할 재원을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확보하는지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