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안방이 도서관이 됐다" 야마구치 멘탈 부순 안세영, 사상 첫 AG 2연패 대관식 [나고야 AG]
'세계 3위' 야마구치 2-0(21-17, 21-9) 셧아웃
亞 배드민턴 여자 단식 '최초 2연패' 대기록
야마구치전 파죽의 9연승
[파이낸셜뉴스] 일본의 안방에서 기적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도 '셔틀콕 여제'의 무자비한 스매시 앞에서는 그저 허망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안세영(삼성생명)이 아시안게임 64년 역사에 그 누구도 밟지 못했던 전인미답의 고지에 마침내 태극기를 꽂아 넣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29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민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숙적 야마구치 아카네(일본·3위)를 세트 스코어 2-0(21-17, 21-9)으로 완벽하게 압살하며 대망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지난 2023년 항저우 대회에서 여자 단식과 단체전 금메달을 휩쓸었던 안세영은 대회 2연패라는 눈부신 위업을 달성했다. 단체전 4강 탈락의 아쉬움을 개인전의 압도적인 금빛 스매시로 말끔히 씻어낸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우승은 아시아 배드민턴 역사를 통째로 뒤바꾼 대사건이다. 배드민턴이 1962년 자카르타 대회에서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여자 단식에서 2회 연속 정상을 차지한 선수는 안세영이 '사상 최초'다. 남자 단식에서는 자오젠화, 린단(이상 중국)이 2연패를 기록한 바 있으나, 여자 단식에서는 오직 안세영만이 디펜딩 챔피언의 자리를 지켜내며 살아있는 전설로 등극했다.
금메달을 놓고 벌어진 운명의 한일전이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는 안세영의 일방적인 독무대였다. 1세트 초반 야마구치의 거센 공세에 1-4로 끌려가던 안세영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차분하게 점수 차를 좁히던 그는 7-8 상황에서 내리 4점을 쓸어 담으며 전세를 뒤집었다.
좌우를 찌르는 안세영의 송곳 같은 공격에 야마구치가 몸을 날려봤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20-17에서 긴 랠리 끝에 환상적인 네트플레이로 1세트를 가져왔다.
2세트는 그야말로 '폭격'에 가까웠다. 4-0으로 앞서다 잠시 방심한 틈을 타 4-5 역전을 허용하자, '여제'의 분노가 폭발했다. 안세영은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현란한 융단폭격으로 무려 '8연속 득점'을 올리며 야마구치의 멘탈을 완전히 붕괴시켰다.
네트를 넘기기조차 벅차하던 야마구치의 반격을 철벽 수비로 막아낸 안세영은 20-9 게임 포인트 상황에서 야마구치의 마지막 공격이 코트를 벗어나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일본 심장부에서 열도를 완전히 침묵시킨 가장 짜릿하고 통쾌한 세리머니였다.
안세영은 이번 승리로 야마구치와의 통산 전적을 23승 15패로 훌쩍 벌렸다.
특히 지난해 8월 코리아오픈 결승전 패배 이후 무려 9연승을 내달리며 '천적'이라는 수식어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완벽한 서열 정리를 마쳤다. 적수가 없는 세계 1위 안세영의 시대는 이제 막 찬란한 황금기의 절정을 지나고 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