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줄줄 새는 실업급여, 감액 검토하고 단속 강화해야
3회 이상 반복수급 11만3000여명
도덕적 해이 막도록 제도 개선 시급
실업급여를 부정하게 받아가는 행태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성실히 세금을 내는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행위이며, 열심히 일해서 삶을 꾸려가는 서민들을 우롱하는 일이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를 위한 사회 안전망인 실업급여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반복 수급이 문제다. 2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5년 내 3차례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반복수급자는 지난해 11만3000명이었다. 2022년 10만2000명이던 수치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에게 지급된 실업급여는 지난해 5997억원으로, 1인당 평균 약 530만원이다. 같은 사업장에서 퇴사와 재입사를 되풀이하며 수급한 사람도 6만5000명이고, 한 사람이 7차례나 받은 사례도 있었다.
실업급여를 둘러싼 도덕적 해이 문제는 통상적인 부정수급과 반복수급으로 구분할 수 있다. 부정수급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범죄다. 적발 건수는 매년 2만건을 넘는다. 수급 기간에 취업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사업주와 짜고 월급을 현금으로 받은 사례들이 많다. 자진퇴사한 뒤 옛 거래처 사장과 담합해 단기 근로계약을 맺은 것처럼 꾸민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최근에는 지방에서 사업장 5곳을 운영하는 사업주가 최근 7년간 브로커 4명을 동원해 허위 근로자를 모집하고 실업급여 5억4000만원 등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부정수급 행위는 성실히 보험료를 낸 근로자와 사업주의 몫을 가로채는 범죄와 다를 바 없다.
반복수급은 부정수급과는 달리 볼 측면이 있다. 실업급여는 비자발적으로 이직한 뒤 재취업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주는 제도다. 5차례 이상 반복해서 받은 수급자는 2022년 1만3000명에서 지난해 1만5000명으로 늘었고, 이들에게 지난해 지급된 돈은 610억8600만원에 이른다. 단기 취업의 결과로 반복수급이 증가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노동시장 불안정 등 구조적 원인이 존재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계약직과 단기 일자리 시장에서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정당한 사유로 일자리를 잃는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 따라서 반복수급자 전체를 잠재적 악용자로 볼 수는 없다. 여러 번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부정이나 도덕적 해이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제도를 의도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 퇴사와 재입사를 계획적으로 반복하는 경우다. 제도의 허점을 악용했는지 정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실업급여는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다시 일어서도록 돕는 최후의 보루다. 줄줄 새는 구멍을 막아 탄탄한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일단 부정수급의 통로를 원천 차단하는 일이 시급하다. 특히 갈수록 늘어나는 반복수급이 부정수급으로 변질되는 건 아닌지 살펴야 한다. 이상 징후가 보인다면 현장 실태조사를 통해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반복수급 횟수가 많은 구간을 중심으로 업종, 사업장, 이직 사유별 조사가 필요한지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정당한 반복수급과 의심 사례를 가려내 관리할 필요가 있다. 실업급여가 많거나 손쉽게 부정수급할 수 있으면 근로의욕을 떨어뜨린다. 급여를 조정하고 부정행위를 엄단하는 등 제도와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