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지뢰폭발' 北 소행, 軍 단호히 대응하라
北 2015년 '목함지뢰 도발' 연상
사건발생 5일 지나서야 현장조사
작은 도발 쌓아 큰 양보 얻는 전술
대응 안하면 더 큰 도발로 이어져
평화 위해 참아야 할 것이 아니라
말보다 행동으로 대가 치르게 해야
지난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 폭발로 우리 군 간부 3명이 다쳤다. 먼저 공병 팀장이 폭발로 쓰러졌고, 그를 구하던 수색대대장이 두 번째 폭발로 중상을 입었다. 합참은 국과수 1차 감정 결과 우리 군 지뢰가 아닌 것이 확실하며, 폭발 형태와 부상 정도 등을 종합하면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특히 두 차례의 폭발은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을 연상시킨다. 당시에도 첫 폭발 뒤 구조 과정에서 5분 만에 두 번째 지뢰가 폭발했다. 이번에도 부상자를 구하던 지휘관이 2차 폭발을 당했다. 북한군이 언제, 어떤 의도로 지뢰를 매설했는지는 최종조사로 밝혀야 하지만 이제 북한군 지뢰라는 실체에는 상당히 접근했다.
초기 대응에 아쉬움은 남는다. 군과 유엔사가 현장조사를 위해 DMZ에 진입한 것은 사건 발생 5일 만이었다. 작전 병력이 계획된 수색범위를 벗어났고, 일부 안전조치가 미흡했다는 의혹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 논의의 중심은 조사 지연을 질타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북한군 지뢰라면 왜 그곳에 있었으며,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북한이 우리의 의지를 시험할 이유는 충분하다. 북한은 2024년 이후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지뢰를 매설하고 방벽을 구축해왔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서 포로가 된 북한군의 한국행까지 현실화됐다. 한미 연합연습 축소와 전시작전권 전환을 둘러싼 혼선도 북한에는 우리 군의 대응태세를 시험해볼 기회로 보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도발의 방식이다. 북한이 처음부터 대규모 충돌을 원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군사분계선을 조금씩 넘고, 지뢰를 매설하고, 우리가 어디까지 묵인하는지를 확인하면서 한 걸음씩 행동의 범위를 넓혀갈 수 있다. 한꺼번에 큰 도발을 하는 대신 작은 도발을 쌓아 상대의 양보를 얻어내는 전형적인 살라미 전술이다. 오늘 허용한 몇 미터는 내일의 몇십 미터로 돌아온다. 대응하지 않는 작은 도발이 다음 도발의 기준선이 된다.
그래서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한 억제는 말보다 행동이어야 한다. 우선 DMZ 남측에서 북한군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여 군사분계선 침범과 지뢰매설을 견제할 감시정찰(ISR)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침범하면 현장에서 즉각 경고하고 퇴거시키며, 반복적 침범에는 현행 교전규칙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를 파악 후 제거하는 데 그치지 말고, 유엔사와 국제사회에 정전협정 위반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러나 군사적 대응은 분노에 따른 보복이어서는 안 된다. 도발의 수준에 맞되 북한이 얻는 이익보다 치러야 할 비용이 크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경고와 감시 강화, 군사분계선 일대 경계태세 격상, 정전협정에 따른 조치와 필요한 군사적 대응을 단계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작은 도발부터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다. 억제는 상대에게 다음 행동의 비용을 예측하게 만드는 데서 시작한다.
이런 점에서 사관학교 통폐합이나 전작권 전환 같은 거대한 국방개혁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 군이 눈앞의 적을 제대로 보고 있는가이다. 전작권은 구호가 아니라 적의 의도를 읽고 상황을 판단하며 필요할 때 결심하고 행동하는 능력이다. DMZ에서 벌어지는 작은 도발에도 선을 긋지 못하면서 어떻게 전쟁을 주도할 수 있겠는가.
이번에도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다 부상당한 부사관이 있었고, 쓰러진 부하를 구하려 몸을 던졌다가 중상을 입은 대대장이 있었다. 현장의 장병들은 이미 자신의 책임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이제 정부와 군 지휘부가 답할 차례다.
북한에 분명히 알려야 한다. DMZ 남측은 북한이 필요할 때 들어와 지뢰를 묻고 우리의 반응을 시험하는 공간이 아니다. 우리 영토와 장병을 위협하면 반드시 발견되고 저지되며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치른다는 선을 다시 그어야 한다. 그 선은 과도한 보복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대응으로 지켜야 한다.
북한의 작은 도발을 평화를 위해 참아야 할 사소한 사건으로 취급할수록 다음 도발은 더 커진다. 평화는 도발을 외면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도발해도 얻을 것이 없다는 확신을 상대에게 줄 때 지켜진다. 정부가 단호히 결단할 때다.
■약력 △서울대 법대, 국방대 군사학 박사 △전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외교부, 한미연합사, 공군, 육군 정책자문위원 △전 국가안보실, 국방부, 합참, 행정안전부 정책자문위원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