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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누구를 위한 AI 강국인가

파이낸셜뉴스
윤종영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
윤종영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한국에선 같은 말이 반복된다. 뒤처지면 안 된다. 우리 기술이 있어야 한다. 국가가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위기감이 좋은 정책을 보장하진 않는다. AI를 만드는 기업의 성장과 그걸 쓰는 국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다르다. 정책은 이 둘을 어떻게 연결할지 답해야 한다.

한중미 AI 경쟁은 출발점도, 자원도, 시장도 다르다. 미국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세계적 AI기업을,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산업기반을 가졌다. 그 전략을 축소해 따라 한다고 같은 성과가 나오진 않는다. 투자액, GPU 수, 국산 모델 순위보다 먼저 물어야 한다. 누가 쓰는가. 어떤 문제가 풀렸는가. 지원이 끝나도 고객이 돈을 낼 것인가.

독자 기술은 필요하다. 외국 기업이 값을 올리거나 서비스를 끊을 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산이라는 이름만으로 AI 주권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국내 업체라도 데이터가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바꾸며, 문제가 되면 멈추고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국산화가 의존의 대상을 바꾸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미국은 안전하고 중국은 위험하다는 이분법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법과 제도 차이는 따지되, 데이터 이용방식과 책임은 어느 기업에나 물어야 한다. 기술은 성능으로, 보안은 검증으로 판단해야 한다.

정책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첫째, 지원영역을 좁혀야 한다. 국방과 핵심 공공업무처럼 통제권이 필수인 영역이 있고, 범용기술을 경쟁적으로 도입해도 되는 영역이 있다. 구분 없이 모든 분야에 독자 기술을 요구하면 비용은 커지고 선택지는 줄어든다. 모든 것을 직접 만들겠다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희망에 가깝다.

둘째, 검증이 핵심이다. 공공은 국내 기업에 기회를 주되, 국산이라는 이유로 검증을 면제해서는 안 된다. 작게 써보고 업무시간과 오류가 얼마나 줄었는지 공개하고, 성과가 없으면 바꾸거나 중단해야 한다. 개발 실패는 감수할 수 있어도, 실패를 숨긴 채 지원을 반복해선 안 된다.

셋째, 지원이 개발기업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중소기업엔 거대한 AI 구상보다 데이터 정리와 교육이 더 급할 수 있다. AI 시연으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실제 사용과 개선 효과를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특정 업체에 묶이지 않게 계약해야 한다. 데이터 권리와 이전 절차를 명시해야 외국 기업에도 국내 기업에도 끌려가지 않고, 새 기업의 진입로도 열린다. 경쟁을 막아 기업을 지키는 정책과 경쟁할 기회를 만드는 정책은 다르다.

한국의 목표는 미국이나 중국의 축소판이 아니라 제조업과 공공서비스의 문제를 남보다 잘 푸는 나라여야 하고, 자체 기술도 그 수단이다. AI 주권을 외치기는 쉽지만 무엇을 얻었는지 설명하긴 어렵다. 지원기업에는 성과를, 정부에는 근거를 물어야 한다.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AI 강국은 누구를 위한 강국인가.

■약력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 석사 △서울AI 허브 센터장 △TIPS타운 센터장 △실리콘밸리 한국인 커뮤니티 'Bay Area K Group' 공동대표 및 이사회 의장

윤종영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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