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다가 스스로 아쿠아리움 되는 부산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몸길이 3m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어가 경관수로를 헤엄치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위험 가능성이 있는 해양생물인 만큼 안전관리가 우선돼야 하지만 필자는 이 광경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았다. 도심 한가운데서 살아있는 해양생물을 직접 만나는 경험만으로 북항이 순식간에 관심 공간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상어를 북항에 풀어놓거나 위험한 해양동물을 인위적으로 사육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바다를 깨끗하게 하고 생태환경을 복원해 다양한 해양생물이 스스로 찾아오게 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바다가 스스로 아쿠아리움이 되는 부산'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이다.
필자에게 이번 일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부산시에서 해양환경팀장을 맡아 장기 해양환경정책을 고민하던 당시 해양생태계 복원과 시민 친수공간을 연계하는 이와 유사한 구상을 자체 계획에 담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부산 해양환경정책의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2008년 '부산해양환경관리 기본계획에 관한 연구'에서는 연안 오염관리 뿐만 아니라 통합적 해양환경관리, 해양생태계 복원, 시민 참여와 해양환경 교육 등을 폭넓게 제시했다. 이후 부산시는 이러한 정책을 발전시켜 2016년 '부산해양환경관리 종합계획 2030'을 수립했다. 이 계획은 2030년까지 4개 분야 21개 사업에 약 5495억원을 투입하는 장기계획이었다. 부산 연안의 수질개선에 머무르지 않고 상괭이와 바다거북 등 해양생물 복원까지 정책목표로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로부터 10년, 부산의 바다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 북항 재개발로 과거 항만시설에 막혀 있던 바다가 시민에게 돌아왔고, 대규모 친수공원과 바다로 연결되는 경관수로가 만들어졌다. 이제 부산의 해양환경정책도 '오염된 바다를 깨끗하게 만드는 단계'에서 '깨끗해진 바다에 생명을 돌아오게 하는 단계'로 발전해야 한다.
그 실험을 북항에서 시작해 보면 어떨까. 필자는 가칭 '부산 북항 도심형 해양생태공원'조성을 제안한다. 핵심은 새로운 대형 건축물을 짓거나 고래·돌고래·상어 등을 잡아 전시하는 것이 아니다. 북항 경관수로와 주변 해역의 수질과 해저환경을 조사하고 잘피와 해조류, 친환경 생태블록과 소규모 인공어초 등을 활용해 물고기와 갑각류가 살아갈 수 있는 서식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먹이생물이 늘어나면 작은 물고기가 찾아오고 작은 물고기가 늘어나면 더 다양한 해양생물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인간이 해양생물을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해양생물이 찾아올 수 있는 바다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여기에 첨단기술을 접목하면 북항은 더욱 특별해진다. 경관수로에 수중카메라를 설치하고 AI(인공지능) 영상분석 기술을 활용하면 시민과 관광객은 스마트폰이나 현장 화면으로 바닷속을 실시간 관찰할 수 있다. 물고기가 지나가면 어종과 생태적 특징을 알려주는 'AI 바다생물 도감'도 가능하다. 북항은 이런 시도를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부산역과 원도심에 인접하고 국제여객터미널이 있으며, 영도의 국립해양박물관 등과도 연계할 수 있다. 북항에서 살아 있는 바다를 체험하고 국립해양박물관에서 해양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해양생태·문화 관광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세계의 워터프런트 도시들은 화려한 건축물과 상업시설로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에는 다른 도시가 쉽게 만들 수 없는 자산이 있다. 바로 살아있는 바다다. 북항의 미래 경쟁력 역시 얼마나 많은 건물을 세우느냐보다 그곳에서 시민과 관광객이 어떤 특별한 경험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북항 상어의 출현은 우연한 자연현상이지만 우리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바다를 깨끗하게 만드는 도시에서 생명이 돌아오는 바다를 만드는 부산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그 생명을 시민과 세계인이 함께 보고, 배우고, 즐기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부산항 북항에서 '바다가 스스로 아쿠아리움이 되는 도시', 그 새로운 실험을 시작해 보자.
임정현 해양공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