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밥 너무 맛없어서 4kg 빠졌어요".... 300kg 든 박혜정이 '떡볶이' 외친 이유 [나고야 AG]
"은퇴한다더니 왜 나와" 믹스트존 빵 터뜨린 당찬 23세
바벨보다 무거웠던 나고야 크루즈 숙소의 '밥맛'
최중량급 선수가 4kg 강제 다이어트 촌극
마의 300kg 깼다! 인상 한국新 세우고 '엽떡' 찾는 은메달리스트
[파이낸셜뉴스] "아시안게임 준비하고 있는데 리원원이 갑자기 나온다는 거예요. '어? 쟤 왜 나와요?' 했죠. 솔직히 짜증 났어요! 하하하!"
바벨 앞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한 '포스트 장미란'이지만, 플랫폼을 내려온 23세 청춘은 거침없고 유쾌했다.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보였던 세계 최강을 향해 "언제 이길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은퇴하면요?"라고 받아치는 배포. 대한민국 여자 역도의 기둥 박혜정(고양시청)이 일본 나고야에서 기분 좋은 은빛 바벨을 들어 올렸다.
박혜정은 29일 일본 나고야 중소기업진흥회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86㎏ 이상급 결선에서 인상 133㎏, 용상 167㎏, 합계 300㎏을 번쩍 들어 올려 당당히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은 합계 310㎏을 기록한 중국의 '역도 여제' 리원원에게 돌아갔다.
비록 지난 2022 항저우 대회에 이은 2연패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박혜정의 표정은 금메달리스트보다 밝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박혜정은 인상에서 종전 자신의 기록을 2kg이나 경신하며 새로운 한국 신기록(133kg)을 썼고, 역도 선수들의 꿈의 고지인 '합계 300kg'을 기어코 돌파해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눈부신 기록 뒤에는 남모를 촌극(?)이 숨어있었다. 체중 유지가 생명인 최중량급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박혜정은 일본에 건너온 뒤 오히려 살이 4kg이나 쏙 빠져버렸다. 악명 높은 나고야 아시안게임의 선수단 크루즈 숙소 식단 때문이었다.
박혜정은 "이거 얘기해도 되나"라며 머뭇거리더니 "크루즈 숙소 밥이 입에 맞지 않았다. 일본이라 맛있는 게 많을 줄 알고 한국 음식을 안 챙겨왔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조직위의 엉망진창 행정이 낳은 강제 다이어트 속에서도 기어코 한국 신기록을 뽑아낸 박혜정의 괴력이 새삼 돋보이는 대목이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자 자신에게 은메달을 안긴 리원원(중국)을 향한 속내도 숨기지 않았다. 은퇴 수순을 밟다 전격 복귀해 박혜정의 앞길을 막아선 리원원에 대해 "짜증 났다"며 농담을 던진 박혜정은, 이내 "라이벌이자 친구이자 나의 또 다른 목표"라며 예우를 갖췄다. 시상대에 오르기 전 리원원에게 "니헌커아이(귀엽다)"라는 중국어 농담을 건넸을 정도로 승부를 떠난 진한 우정도 과시했다.
파리 올림픽 당시 모친상의 아픔을 딛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박혜정은 이번에도 가슴 한편에 그리움을 묻어뒀다. "귀국해서 전국체전과 세계선수권을 마치고 시간이 나면 꼭 어머니를 찾아뵐 것"이라고 덤덤히 말한 그는 "가장 먹고 싶은 건 엽기떡볶이 착한 맛(순한 맛)"이라며 영락없는 20대 청춘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크루즈의 맛없는 밥도, 세계 최강의 기습 복귀도 박혜정의 성장을 막을 순 없었다. 마의 300kg 고지를 밟은 쾌녀 박혜정의 시선은 이제 2028년 LA 올림픽, 가장 빛나는 시상대 맨 위를 정조준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