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정부와 상의해 외환보유액 순위 삭제했다
"사전에 재경부와 의견 교환…공식 회의는 개최하지 않아" 올해 들어 한때 네 계단 이례적 하락…野 이종욱 "공표 재개해야"
한국은행, 정부와 상의해 외환보유액 순위 삭제했다
"사전에 재경부와 의견 교환…공식 회의는 개최하지 않아"
올해 들어 한때 네 계단 이례적 하락…野 이종욱 "공표 재개해야"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한국은행이 최근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를 비공개로 돌리는 과정에서 정부와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은은 이 순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워 삭제를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올해 들어 순위가 이례적으로 크게 내려가기도 했던 상황에서 이뤄진 결정이어서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은이 3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은 국제국은 '8월 말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국제 순위표를 제외하기에 앞서 재정경제부 측과 상의를 거쳤다.
한은은 "재경부와 수시로 업무 협의를 하고 있으며, 이번 보도자료 내 순위표 삭제의 경우에도 사전에 (재경부와)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다만, 기록이 남는 공식 회의를 하지는 않았다고 부연했다. '비공식' 논의만 했다는 것이다.
한은은 "순위 삭제를 논의하기 위한 별도의 대내외 공식 회의를 개최하지 않았다"며 "한은과 재경부 내에 상당 기간 공감대가 형성돼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환보유액 순위는 공식 통계 지표가 아니라 단순 부표"라며 "이 순위표를 보도자료에 수록하지 않기로 한 것은 부서장(한은 국제국장) 판단이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은 국제국은 지난 3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그동안 매달 제공해온 국가별 외환보유액 순위 자료를 별다른 설명 없이 삭제했다.
한은이 월별 자료에서 외환보유액 순위를 별도 항목으로 제시하지 않은 것은 2001년 2월 말 도입 이후 25년 6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지난달 외환보유액 자체는 역대 최대폭으로 늘었지만 올해 들어 순위가 하락한 상황이어서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한은이 이종욱 의원실에 제출한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순위는 작년 12월 말 기준 세계 9위에서 올해 1월 말 10위, 2월 말 12위, 5월 말 13위 등으로 5개월 만에 네 계단 떨어졌다.
지난 2020년 1월부터 작년 2월까지 5년여 동안 줄곧 8∼9위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하락세였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외환보유액을 헐어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선 것이 순위 하락 요인으로 지목됐다.
단,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세계 10위로 다시 올라섰고, 7월 말 순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월과 비슷한 순위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 월별 외환보유액과 순위(단위:억달러) ※ 한은 자료. 이종욱 의원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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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점 | 외환보유액 | 순위 |
| 2025년 12월 말 | 4,280.5 | 9위 |
| 2026년 1월 말 | 4,259.1 | 10위 |
| 2월 말 | 4,276.2 | 12위 |
| 3월 말 | 4,236.6 | 12위 |
| 4월 말 | 4,278.8 | 12위 |
| 5월 말 | 4,269.9 | 13위 |
| 6월 말 | 4,273.6 | 10위 |
한은은 순위 삭제로 논란이 되자 당일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외환보유액 순위가 자주 바뀌는 과정에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괴리된 해석이 빈번하게 이뤄졌다"며 "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시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기초 자료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한은은 당시 "외환보유액 순위는 이미 공개된 자료로 통계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조회해볼 수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이 제공하는 기초 자료나 각국 중앙은행 통계를 일일이 찾아 비교해야 하는 만큼 일반 국민이 순위를 한눈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 거듭 지적됐다.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매달 외환보유액 순위 발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한은은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종욱 의원에게도 "향후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를 다시 보도자료에 수록할 계획은 없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이 수치가 계속 보도자료에 수록될 경우 외환보유액의 단순 순위 변동이 대외 부문의 펀더멘털 변화로 잘못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되풀이했다.
이와 별도로, 뒤늦게 보완책도 검토 중이다.
한은은 "IMF에서 외환보유액 통계를 공개하고 있으나, 대만은 IMF 비회원국으로 IMF에서 통계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각국 공시 시점이 서로 다르고 개별 국가 사정으로 공시가 지연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코스)에서도 주요국 외환보유액 통계를 간편하게 조회해볼 수 있다"며 "정보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대만을 포함한 입수 대상 국가를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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