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뛰다 사귀었다"…日 2030 직장인들 몰린 '황궁 러닝'
[파이낸셜뉴스] 소개팅 앱도, 사내연애도 부담스럽다는 일본 젊은 직장인들이 달리기 코스에서 새로운 인연을 찾고 있다. 건강 관리를 목적으로 시작한 러닝 커뮤니티가 직장 밖 인간관계와 이성을 만나는 공간으로 변하면서 기업들도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한국에서도 러닝크루가 운동을 넘어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드는 모임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27일 마케팅 전문 매체 닛케이MJ 등에 따르면 최근 도쿄 황궁과 요요기공원, 고마자와올림픽공원 등 주요 러닝 코스를 중심으로 20~30대 직장인이 참여하는 러닝 커뮤니티가 빠르게 늘고 있다. 운동하면서 건강을 챙기는 동시에 회사 밖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이 젊은 직장인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5월 출범한 러닝 커뮤니티 '웰미'는 황궁 러닝 행사에 많을 때 약 50명이 참가한다. 러닝뿐 아니라 피클볼과 필라테스 행사도 운영한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27세 여성 참가자는 회사 밖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 모임에 참여했다고 밝혔고, 또 다른 31세 여성은 주변에서 러닝 커뮤니티를 계기로 교제를 시작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도 러닝을 활용한 만남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취업정보 사이트를 운영하는 하우텔레비전은 학력과 나이 등 배경이 비슷한 이용자 5~10명을 묶어 황궁 러닝 행사를 열고 있다. 관련 서비스 이용자의 평균 나이는 28세, 연봉 중앙값은 891만엔으로 외국계 컨설팅회사와 정보기술(IT) 기업 종사자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러닝 행사에서 다시 상대를 만나고 싶다고 답한 비율도 일반적인 단체 식사 모임보다 약 10%포인트 높았다. 하우텔레비전에서 해당 서비스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러닝처럼 먼저 하나의 활동을 함께하면 조건보다 상대 자체를 알아갈 기회가 생긴다는 점을 배경으로 설명했다.
하우텔레비전이 운영하는 'LYMiN'은 올해 4월 서비스를 시작한 뒤 식사 모임뿐 아니라 황궁 러닝, 피클볼, 독서회, 등산 등으로 행사를 넓혔다. 지난 9월 초 기준 개최 행사는 약 150회였으며 이용자의 약 70%가 20대였다. 6월부터는 행사 지역을 오사카까지 확대했다.
러닝이 만남의 장으로 떠오른 배경에는 기존 연애 방식에 대한 피로감도 있다. 1대1 매칭 앱은 상대와 맞지 않을 경우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여러 명이 함께 뛰는 러닝 모임은 달리기라는 공동 활동이 있어 깊은 대화를 이어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황궁 러닝에 여러 차례 참가한 한 직장인은 여러 명이 함께 움직이는 방식이 1대1 만남보다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니세이기초연구소는 맞벌이가 일반화하면서 배우자를 선택할 때 자신과 비슷한 경제적 배경을 원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궁 주변에는 대기업과 금융회사 사무실이 몰려 있어 직업이나 소득 수준이 비슷한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설명이다.
러닝 커뮤니티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도쿄의 한 직장인 러닝 모임은 회원이 약 500명으로, 평일 오전 6시 황궁과 메구로강 일대에서 단체 러닝을 진행하고 일요일 오전 7시에는 요요기공원에서 함께 달린다.
한편 한국에서도 러닝크루는 20~30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2025년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20~30대 10명 중 3명이 달리기를 한다고 답했다. 수원과 성남, 고양 등 수도권에서는 퇴근 후 함께 달리는 직장인·대학생 중심의 러닝크루가 늘었고, 러닝 기록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면서 참가자를 모으는 방식도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도 러닝크루가 이성을 만나는 공간으로 받아들여지는 사례가 있다. 일부 러닝크루는 회원 간 연애로 모임 운영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이성에게 과도하게 접근하는 행동을 금지하거나 교제 관련 규칙을 두고 있다. 한 직장인은 러닝크루가 일종의 소개팅 플랫폼처럼 인식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다른 러닝크루에서는 이성 교제나 뒤풀이보다 운동 자체에 집중한다는 참가자도 적지 않아 모든 러닝 모임을 연애 목적의 공간으로 볼 수는 없다.
[email protected] 한승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