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비 규제 완화, 장기적으로 승자는 현대차·기아"
현대차와 기아차의 하이브리드 경쟁력 주목
미국 2031년 CAFE 기준 31% 하향할 예정
하이브리드 수익성에 전기차 라인업도 확보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자동차 연비 규제 완화로 단기적으로는 현지 완성차 업체들이 수혜를 입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아우르는 다변화된 파워트레인을 갖춘 현대차·기아가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의 연비 규제 완화가 당장 자동차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완성차 업체들의 규제 대응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진단하면서 자동차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 '비중확대'를 유지했다.
단기적으로는 내연기관차 비중이 높은 미국 업체에 유리하지만, 친환경차 정책이 다시 강화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현대차·기아의 대응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30일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2031년 기업평균연비(CAFE) 기준을 기존 50.4mpg에서 34.9mpg로 낮추는 규칙을 최종 확정한 데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새 기준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된 기존 목표보다 31% 낮은 수준이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동차 규제 완화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감세·지출법(OBBBA) 통과로 CAFE 기준 미달에 따른 벌금이 사실상 0원이 됐고, 올해 2월에는 환경보호청(EPA)이 차량 온실가스 규제의 근거가 된 유해성 판정과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폐지했다. 이번 CAFE 기준 하향은 세 번째 주요 규제 완화 조치다.
한국투자증권은 규제 완화에도 미국 내 파워트레인 수요가 단기간에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CAFE 벌금이 이미 사라진 데다 전기차 세액공제까지 종료되면서 시장은 규제 변화에 앞서 움직였다는 판단이다. 실제 올해 1~8월 미국 내 배터리전기차(BEV) 판매 비중은 5.8%로 전년 동기 대비 2.1%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완성차 업체들의 투자 계획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규제 준수를 위해 전기차 관련 투자를 늘리거나 다른 업체로부터 배출권을 매입해야 할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NHTSA는 이번 규제 완화로 2027~2031년 자동차 산업의 연비 기술 비용이 기존 1158억달러에서 606억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업체별 비용 절감 규모는 GM이 204억달러로 가장 크고, 스텔란티스 66억달러, 포드 58억달러 순이다. 이에 따라 내연기관차 비중이 높은 이른바 '디트로이트 3인방'이 중기적으로 규제 완화의 혜택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친환경차 비중이 높은 테슬라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미국 소비자들의 실제 수요가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로 이동하고 있다"며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휘발유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장거리 운전이 많은 미국 소비자에게 연료 효율은 중요한 구매 요인이 되는데, 충전 인프라에 대한 부담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이후 하이브리드로 수요가 옮겨가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1~8월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5.6%로 전년 대비 3.0%포인트 확대됐다.
지난 2024년과 비교하면 시장 규모가 1.5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하이브리드 시장 확대가 현대차·기아의 실적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로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전기차 라인업도 유지·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향후 미국의 친환경차 지원 정책이 다시 강화될 경우 전기차 투자를 축소한 업체들은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유럽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도 전기차 전환이 이어지고 있어 미국의 규제 완화만을 기준으로 투자 전략을 조정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규제 변화에 따른 단기 수혜보다 파워트레인 다변화 역량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모두 갖춘 현대차·기아가 정책 변화와 시장 수요의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email protected] 강중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