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반려동물 해수욕장 짓겠다며 습지 매립"…시민 300명, 서귀포시 감사 청구

이동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시민단체, 감사원 찾아 공익감사 청구
화순 연안습지 콘크리트 매립 과정 지적
"법정보호종 피해·절차 위반 조사해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혁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제주 서귀포시가 반려동물 특화해수욕장 조성을 위해 법정보호종이 서식하는 화순 연안습지 일부를 콘크리트로 매립한 것을 두고 시민사회단체가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들은 서귀포시가 필요한 사전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했다며 책임 소재 규명과 훼손된 습지의 생태복원을 요구했다.

3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는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 300명이 참여한 공익감사 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김소리 민변 환경보건위원회 변호사는 "감사원은 절차를 위반한 경위와 관련 공무원의 책임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며 "법정보호종 등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독립적으로 조사하고 훼손된 습지를 원상 회복하고 생태적으로 복원하도록 시정 조치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곳은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금모래해변 일대 연안습지다. 한라산에서 내려온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이자 해양보호생물인 기수갈고둥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귀포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반려동물 특화해수욕장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지난 6월 습지 일부를 콘크리트로 매립했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공사 현장 인근에서도 기수갈고둥 수십 개체가 발견돼 공사 과정에서 개체와 서식지가 훼손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시민단체는 서귀포시가 필요한 행정절차를 마치기 전에 공사에 착수했다고 주장했다. 민변 측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공유수면 매립에 필요한 사전 협의·승인과 해양이용협의 등을 거치지 않은 채 지난 5월 15일 공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법정보호종 서식 현황이나 공사에 따른 생태계 영향을 사전에 검토한 자료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시민단체들은 콘크리트를 철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훼손된 습지의 생태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복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상임활동가는 "현재 콘크리트 위로 물이 흐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콘크리트를 걷어낸다고 과거 생태계가 그대로 복원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만큼 보다 큰 차원의 생태복원 계획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습지 매립이 개별 생물종을 넘어 주변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혜원 불교환경연대 사무국장은 "하천과 바다가 서로 연결돼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공간을 콘크리트로 막으면 한 구간의 자연만 훼손되는 것이 아니라 생태적 관계 전체가 끊어진다"며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는 이유로 다른 야생생물의 서식지를 훼손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감사원에 △공사 과정의 절차 위반 및 책임 소재 규명 △법정보호종과 생태계 피해 조사 △훼손된 연안습지 생태복원 △지방자치단체 사전 검토체계 개선 등을 요구했다.

[email protected]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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