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산실' 세이부 시부야, 58년 만에 문 닫는다
해외 명품·신인 디자이너 발굴
적자·임대료 부담에 백화점 폐점
'세존 문화'는 파르코로 이어져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도쿄 시부야를 '젊음의 거리'로 만든 세이부 시부야점이 58년 만에 문을 닫는다. 꼼데가르송과 이세이 미야케 등 일본 패션 브랜드를 발굴하고 쇼핑에 예술과 문화를 접목했던 백화점이 실적 부진과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30일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세이부 시부야점은 이날 백화점 영업을 종료한다. 화장품·여성복을 취급하는 A관과 남성복·인테리어 상품을 판매하는 B관, 주차시설인 파킹관이 문을 닫는다. 자체 소유한 로프트관과 모비다관 등 일부 시설은 남을 전망이다.
1968년 개점한 세이부 시부야점은 당시 도큐그룹의 본거지였던 시부야에 도전장을 냈다. 옛 세존그룹 창업자 쓰쓰미 세이지가 내세운 차별화 전략은 상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에르메스와 이브생로랑 등 해외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들여오는 동시에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미야케 이세이와 가와쿠보 레이의 상품을 소개했다. 투명한 캡슐 형태의 쇼케이스에 신인 디자이너 상품을 전시한 편집매장 '캡슐'은 1980년대 일본의 디자이너 브랜드 열풍을 이끌었다.
세존그룹은 1973년 극장을 갖춘 시부야 파르코, 1987년 생활잡화점 로프트를 잇달아 열었다. 소매업에 공연·예술을 결합한 '세존 문화'가 확산하면서 시부야는 새로운 유행을 접하려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 됐다. 도큐도 시부야109와 공연시설 분카무라 등을 선보이며 맞섰다. 양측의 출점 경쟁은 '시부야 전쟁'으로 불렸다.
하지만 버블 붕괴 이후 세존그룹이 재무 악화로 해체되면서 세이부 시부야점도 고전했다. 2022년 매출은 10년 전의 80% 수준에 그쳤고, 임대료 부담 속에 2016년 이후 적자가 이어졌다.
1984년부터 시부야점 점장을 맡았던 미즈노 세이이치 전 세이부백화점 사장은 아사히신문에 "옆 가게에서 잘 팔리는 것은 우리 매장에 두지 않는다는 것이 쓰쓰미의 생각이었다"며 "차별화와 도전 정신이 사라지고 평범한 백화점이 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이부가 남긴 문화는 파르코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J프런트리테일링 산하인 시부야 파르코는 명품과 애니메이션·게임을 함께 선보이고 연간 200개 이상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오이카와 간타 시부야 파르코 점장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가치를 찾아내 세상에 내놓는 일을 세이부는 이미 1970년대부터 하고 있었다"며 "상품의 의미와 배경까지 포함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방식은 지금도 세존 문화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