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시아/호주

日유통 빗장 열었던 토이저러스, 35년 만에 돈키호테 품으로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가전 양판점·온라인 공세에 8년 연속 적자
돈키호테 운영사, 약 150개 매장 인수 추진
어린이 대신 '키덜트' 겨냥해 사업 재편

日유통 빗장 열었던 토이저러스, 35년 만에 돈키호테 품으로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유통시장의 빗장을 열었던 미국계 완구 체인 토이저러스가 일본 진출 35년 만에 현지 매장 운영에서 손을 뗀다. 자사 진출로 촉발된 규제 완화를 발판 삼아 성장한 가전 양판점에 고객을 빼앗겼다. 돈키호테 운영사는 약 150개 매장을 넘겨받아 성인 완구 수요를 공략할 전망이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돈키호테 운영사 팬퍼시픽인터내셔널홀딩스(PPIH)는 이르면 10월 말 토이저러스 아시아로부터 일본 사업을 인수할 예정이다. 인수금액은 100억엔(약 863억원) 규모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토이저러스와 영유아용품점 베이비저러스 등 약 150개 매장과 직원 고용은 유지될 전망이다. PPIH는 이에 대해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유통시장 바꾼 '장난감 거인'의 퇴장

토이저러스는 지난 1991년 이바라키현에 일본 첫 매장을 열었다. 당시 일본은 지역 상점가 보호를 위해 대규모소매점포법으로 대형점 출점을 제한했다. 미국 정부는 미일 구조협의에서 법 개정을 요구했고 토이저러스 진출은 규제 완화의 계기가 됐다. 1992년 일본 2호점 개점식에는 조지 H.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도 참석했다.

완구업계의 정가 판매 관행도 흔들었다. 제조업체에서 직접 상품을 사들여 창고형 매장에서 싸게 파는 '상시 저가 판매'로 진출 5년 만에 일본 최대 완구 체인에 올랐다. 전성기에는 160개 이상 매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규제 완화는 경쟁사 성장의 발판도 됐다. 야마다전기와 이온 등이 대형점을 늘렸고, 2000년대 중반부터 가전 양판점이 완구·게임 판매에 뛰어들었다. 포인트 적립을 앞세운 경쟁사로 고객이 이동하면서 토이저러스는 2005년 무렵부터 실적이 부진해졌다. 이후 온라인 쇼핑 공세까지 겹쳤다.

미국 토이저러스는 2017년 파산한 뒤 이듬해 미국 사업을 청산했다. 아시아 법인 산하의 일본 토이저러스는 영업을 이어갔지만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8개 회계연도 연속 적자를 냈다. 2025년 12월 결산기 순손실은 37억엔(약 319억원)이었다.

■완구시장 호황에도 '어른 고객' 놓쳐

일본 완구시장은 오히려 성장했다. 일본완구협회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6% 늘어난 1조1664억엔(약 10조원)으로 5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성장의 주역은 달라졌다. 저출산으로 어린이용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어린 시절의 취미를 즐기는 성인인 '키덜트'와 방일 관광객이 새 고객층으로 떠올랐다. 카드 게임과 트레이딩 카드는 전체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최대 품목군이 됐다.

요도바시카메라 등은 게임·카드 게임 매장과 한정 상품으로 수요를 선점했다. 반면 토이저러스는 지난해 3월에야 키덜트 전문점 사업을 시작했다. '최저가 보장'도 2024년 4월부터 온라인 매장을 비교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강점이 약해졌다.

PPIH는 당분간 토이저러스 상호를 유지하면서 성인용 완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가족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 돈키호테의 신상품 개발에 활용하고 대형 완구업체와의 관계도 강화하려는 구상이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완구 체인 #토이저러스 #돈키호테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