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도전이 다시 선택지가 되는 사회

파이낸셜뉴스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창업의 시작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오랫동안 준비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기도 하지만, 우연히 발견한 문제를 해결해보다 사업이 되기도 한다. 엘리스그룹도 대학원 동기들과 참여한 공모전이 계기였다. 그러나 시작보다 어려운 것은 그다음이다. 회사를 만들면 자금과 사람, 고객과 시장의 문제를 끊임없이 마주하게 된다.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도 대표는 계속 결정을 내려야 한다. 창업은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일이지만 동시에 수많은 불확실성과 책임을 감당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창업 현장을 보면서 한 가지 질문을 자주 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지금 사람들이 굳이 창업을 선택할 이유가 충분한가.

창업가의 역량과 의지를 이야기하기 전에 그들이 감수해야 하는 비용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실패했을 때 잃는 것은 크고, 다시 시작할 기회는 충분하지 않다. 실패한 경험이 다음 도전의 자산이 되기보다 꼬리표가 되는 경우도 여전히 많다. 성공한 창업가에게는 박수를 보내지만 실패한 창업가에게는 지나치게 냉정하다면, 뛰어난 인재일수록 더 안전한 선택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밖에 없다.

혁신은 사람들에게 더 많이 도전하라고 말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도전해볼 만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환경이 있어야 한다. 실패의 비용을 낮추고, 한 번의 실패가 다음 기회를 막지 않으며, 다시 시작하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가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모두의 창업'을 반갑게 본다. 이 사업의 의미를 단순히 몇 개의 새로운 기업을 만드는 데서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이 창업을 현실적인 선택지로 검토하고, 자신의 아이디어와 가능성을 실제 시장에서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넓히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우리 경제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이미 창업한 기업을 잘 키우는 것만큼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 창업의 세계로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창업은 가볍게 권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다. 하나의 기업을 만들고 구성원과 고객, 사회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일인 만큼 충분한 고민과 각오가 필요하다.

다만 그 책임을 감수하고 도전하려는 사람에게 사회가 필요 이상의 장벽과 실패의 대가까지 지워서는 안 된다. 창업은 특별히 용감한 몇 사람만 감당하는 길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려는 사람이 진지하게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경로가 돼야 한다.

좋은 창업 생태계의 기준도 결국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유니콘이 탄생했느냐뿐 아니라, 새로운 도전이 계속 이어지고 한 번의 실패가 다음 도전을 막지 않는가도 중요한 기준이다.

'모두의 창업'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창업을 막연한 모험이 아니라, 충분히 고민하고 준비한 뒤 선택할 수 있는 도전으로 바라보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도전이 성공했을 때뿐 아니라 실패했을 때에도 다음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의미 있는 경험으로 인정받았으면 한다.

대한민국이 다시 창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영웅적 창업가가 아니라, 책임 있게 도전하려는 사람이 그 선택을 주저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인지 모른다.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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