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만 가는 곳 아닙니다"…음악·춤·이야기로 문턱 낮춘 대학로 예술가의집
[파이낸셜뉴스] 서울 대학로에 자리한 예술가의집은 이름 그대로 예술가들의 교류와 창작 활동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하지만 시민에게도 열려 있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권위적으로 느껴지는 건물 외관과 명칭 때문에 '예술가들만 들어가는 곳'이라는 인식도 적지 않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민간 예술단체와 손잡고 예술가의집 공동기획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다. 다양한 공연과 강연,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공간의 문턱을 낮추고 시민들의 방문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월간 음악저널이 공동 기획한 '지금, 우리가 주목할 예술'은 예술가의집 공동기획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음악가를 조명하는 클래식 공연·토크 시리즈다. 단순히 연주를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예술가가 어떤 고민과 도전을 거쳐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했는지 들여다본다. 음악저널이 선정한 음악가의 예술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연주와 함께 인터뷰와 자유로운 대화, 관객 질의응답이 이어진다.
무대는 예술가의집 2층 라운지다. 연주자와 관객의 거리가 가까운 소규모 공간이어서 연주자의 섬세한 호흡과 표정, 악기의 울림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공연 전후에는 웰컴드링크를 곁들이며 예술가와 관객이 자연스럽게 소통한다.
지난 달 28일 열린 9월 공연의 주인공은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이었다. 한수진은 2001년 비에냐프스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2위에 오르고 비평가상과 언론인상 등 7개 부문을 휩쓸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런던 심포니, 도쿄 필하모닉, 서울시립교향악단 등과 협연하고 로열 페스티벌홀, 위그모어홀,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등 세계 주요 공연장에서 연주했다.
이날 한수진은 비발디의 '사계' 중 '가을' 1악장을 비롯해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 작품 72 제2번,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제2번을 들려줬다. 특히 공연 사흘 전 발매한 두 번째 정규 음반 '사계'와 연결된 무대로 관심을 모았다.
공연 진행은 김희선 음악저널 편집장이 맡았다.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한 김 편집장은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연세대 음대를 거쳐 독일 뒤셀도르프 국립음대와 트로징엔 국립음대에서 공부했다. 연주자와 대학 강사를 거쳐 현재 음악전문지 편집장과 칼럼니스트, 공연 비평가, 문화예술 지원사업 심의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주와 비평의 현장을 모두 경험한 김 편집장은 이날 음악가의 이력과 작품을 나열하는 대신 그가 음악을 선택하고 해석하는 과정, 예술가로 살아가며 품어온 고민을 대화로 끌어냈다.
음악저널과의 공동기획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예술위는 이 프로그램이 연극과 뮤지컬 중심의 대학로에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거점을 형성한다는 점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
예술위 관계자는 "대학로에는 연극이나 뮤지컬, 무용 공연을 위한 공간은 많지만 음악을 위한 공간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어떻게 보면 음악 불모지인 대학로에 소규모 음악 행사 공간을 구축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가의집 3층에서 오랫동안 진행된 '더하우스콘서트'와 함께 대학로의 클래식 향유 거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더하우스콘서트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연주자와 관객이 가까이에서 교감하는 국내 대표적인 살롱 음악회다.
이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저널의 단체 인지도가 높아졌고, 출연 음악가들도 예술가의집을 클래식 행사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실제로 공간 활용 방안을 묻는 문의가 들어오고 프로그램 관람객의 재방문도 늘었다"고 말했다.
관객이 티켓 가격 외에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보탤 수 있도록 한 것도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예술위의 문화예술 기부 활성화 정책 및 대표 후원 브랜드인 '예술나무운동'과 연결된 방식이다.
예술가의집에 비치된 QR코드를 이용하면 간편하게 후원에 참여할 수 있고, 기부금은 연말정산 때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한 차례의 공연 관람이 예술가의 다음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예술가의집 공동기획 프로그램은 하반기에도 계속된다.
피아니스트 이지영이 진행하는 '이지영의 음악책방'은 저자의 이야기와 피아노 연주가 어우러지는 북콘서트다. 하반기 공연은 예술가의집 라운지에서 열리며, 10월에는 16일과 23일, 30일 세 차례 예정돼 있다. 11-12월에도 이어진다.
ECO 함께가는 살풀이연구소의 '춤 맺고 풀다-(살)푸리춤 릴레이전'은 한국춤의 호흡과 맺고 푸는 움직임을 조명한다.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10월 13일, 11월 17일, 12월 15일 공연이 예정돼 있으며, 무료입장과 자율기부 방식으로 운영된다.
오가니 프로젝트의 '파랑 살롱: 예술과 기술과 바다'는 바다와 물, 강을 통해 사회적·생태적 문제를 탐구하는 예술 작업을 소개한다. 10월 20일에는 라운지에서, 11월 27일과 12월 1일에는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더 그레잇 커미션은 11월 2일부터 8일까지 미디어 스크리닝·퍼포먼스 페스티벌 'SAD BOOK: 다시 쓰기, 물으로서의 도시'를 선보인다. '읽는 희곡'에서 출발해 영상과 워크숍, 토크 등으로 확장하는 프로그램이다. 권아람, 로나 벤, 최찬숙, 플로리안 돔부아, 황민규 등이 참여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