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 "고금리에 대출 어려워져...취약계층 불법사금융 내몰려"
일본 대금업계 벤치마킹
대부업 명칭 변경 주장도
[파이낸셜뉴스] 20%로 못 박힌 법정 최고금리가 금융 취약계층을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또 나왔다. 조달비용은 오르는데 받을 수 있는 이자가 제한된 대부업체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줄인 결과,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불법사금융 대출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의 저신용자 대출에 대부업권이 심사와 보증을 제공하는 일본식 보증 사업 모델과 같이 저신용층 신용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한 서민금융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이 원장은 "일본식 모델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서 테스트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축사에서 "최근 우리 경제가 수출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과 내수 회복 지연으로 서민·취약계층의 어려움은 증가하고 있다"면서 "금리 상승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취약계층이 금융 울타리 바깥으로 밀려나서 불법 사금융에 내몰릴 위험도 증가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대부업권의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 공급 기능도 활성화돼야 할 것"이라며 "대부업권이 담보 대출 중심으로 영업 구조를 전환하면서 서민층 급전 창구로서의 역할이 약화돼 많은 이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부업체의 잔액 중 신용대출의 비중은 지난 2015년 말 84.8%에서 지난해 말 41.0%로 줄었다.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영업 이익을 내기 어려운 대부업체들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영업을 줄인 결과다.
이 원장은 "대부업권은 서민 취약계층과의 접점이 큰 만큼의 대부 이용이 거절된 신청인들에게 불법사금융 예방 대출과 복지 서비스 신청 방법을 안내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면서 "대부업권 전반의 철저한 준법 경영 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경용 금감원 서민금융보호국장은 "불법사금융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대부업권이 저신용층에 대한 자금공급을 활성화 해야한다"면서 "대부업권의 자금조달 비용을 감경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국장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대부업권의 영업 환경을 고려할 때 일본 대금업계를 벤치마킹해 여신금융기관에 대출을 신청한 차주에게 보증을 제공하는 신용보증사업을 추진하자는 의견은 저신용층 자금 공급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샌드박스를 통해 시범 운영한 뒤 효과가 확인하면 법안 개정을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현, 박상혁, 손명수, 이강일, 김용만, 한민수 의원실에 공동 주최하고 한국대부금융협회가 후원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대부업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이 여러차례 언급됐다.
패널토론 좌장을 맡은 이상복 서강대 교수는 "은행법, 보험업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다른 법들은 모두 진입 규제와 행위 규제, 내부 통제 컨플라이언스 등이 있는 반면 대부업법은 나열만 되어 있을 뿐"이라며 "법은 우리의 얼굴인 만큼 해외에 부끄럽지 않게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업과 불법사금융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대부업이라는 용어 자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양산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에 대부업이라는 명칭을 변경해야한다는 것이다. 최철 숙명여대 교수는 "대부업 명칭 변경에 대한 정부와 입법부의 입장이 확고하지 않아 보이는 것은 아마도 명칭 변경을 하더라도 지금의 대부업 명칭처럼 오염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며 "대부라는 의미는 자금의 대여, 대출 전반을 의미하는 만큼 모든 대부 금융 사업자가 아니라 자산 규모나 법인 여부, 협회 가입 여부에 따라 배타적인 상호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합법적인 대부업을 서민금융으로 명칭 변경해 양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서민금융, 생활금융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정부가 인증한 등록업체를 적극 알리면 서민이 불법사금융에 접근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정 최고금리제도를 시장경제에 맞겨야 한다"면서 "과도한 폭리는 엄격히 규제하되 정상적인 위험 비용까지 인정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고금리를 금융시장과 조달금리, 물가, 연체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탄력적으로 조정하자는 것이다.
정성웅 대부금융협회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불법 사채업자 때문에 벼랑 끝에 몰리는 서민이 있다"면서 "그들이 왜 불법 사금융에 갔는가 돌이켜 보면, 등록 대부업체가 문을 닫고, 갈 곳이 없어서"라고 말했다. 이어 "만에 하나 등록 대부업체에 법정최고금리를 위반한 사례가 있다면 협회가 책임을 지겠다"면서 "협회가 초과로 받은 이익을 끝까지 추적해 소비자에게 돌려주겠다"고 깅조했다.
강준현 의원은 "제도권 금융의 문턱이 높아질 수록 금융취약계층은 갈 곳이 줄어들고, 빈 자리를 불법사금융이 파고든다"면서 "단속과 처벌을 넘어 필요한 국민에게 필요한 금융이 제때 공급될 수 있도록 서민금융의 길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박문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