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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해지 않지만 보지도 않는다…규제완화·서비스개선 시급"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조영신 C&X 대표, 유료방송 서비스 경쟁력 개선 주문
"처음부터 보기·동시 시청·가격 바꿔야 시청자 돌아와"

조영신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연구소 C&X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발제를 진행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제공
조영신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연구소 C&X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발제를 진행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유료방송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규제를 푸는 데 그치지 않고, 가격·이용 편의성 등 서비스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만큼 저렴하고 편리해야 시청자를 붙잡을 수 있다는 취지다.

가입은 유지해도 시청은 OTT로
조영신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연구소 C&X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사람들이 왜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지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한국 유료방송시장을 '유사 코드 커팅 시장'으로 진단했다. '코드 커팅'은 유료방송을 해지하고 OTT 등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북미에서는 가입 해지가 대규모로 발생했지만, 한국은 가입을 유지한 채 방송을 보지 않는 형태로 시청자가 이탈한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국내 유료방송 가입률은 97.5%이며, 지난해 하반기 가입자는 3615만명이다. 반면 OTT를 TV 수상기로 이용하는 비율은 36.4%로, 1년 전보다 12.6%p 높아졌다. TV 화면은 그대로지만 그 안에서 소비하는 서비스가 방송에서 OTT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코드는 끊지 않았지만 TV를 보는 시청행위 자체는 코드 커팅이 일어난 시장과 거의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가 빠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광고매출은 TV·라디오를 합쳐 2015년 1조9112억원에서 지난해 6936억원으로 약 64%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대표는 시청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광고 가능 품목이나 시간을 늘려도 지속적인 수익 회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광고는 시청의 그림자"라며 "시청자가 있어야 광고가 생기는데 시청자가 떠났다고 하면서 광고 규제만 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경쟁력 부족은 시청자 이탈의 핵심 원인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방송에서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국내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는 인기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만큼, 같은 콘텐츠를 다른 서비스에서 소비하는 이유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OTT보다 불편하고 비싼 유료방송"…플랫폼·채널 공동 대응 주문
조 대표가 지목한 문제는 유료방송의 서비스 경쟁력이다. 방송 시작 시간을 놓쳤을 때 처음부터 보는 기능, 주문형비디오(VOD) 가격, 여러 기기에서의 동시 시청 등에서 OTT보다 이용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는 드라마 시작 15분 뒤 TV를 켠 상황을 예로 들었다. 과거에는 중간부터 보고 놓친 내용을 재방송으로 채웠지만, 지금은 티빙·웨이브의 퀵 VOD나 넷플릭스로 이동해 처음부터 본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들어가면 더 싸고 더 빨리 볼 수 있는데 왜 IPTV나 케이블에서는 더 비싸고 더 늦게 봐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서비스 개선이 더딘 배경으로는 플랫폼사업자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간 이해관계를 꼽았다. 처음부터 보기나 모바일 동시 시청을 확대하려면 콘텐츠 이용 권한과 수익 배분을 조정해야 하지만, 기존 수익 감소를 우려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입 기반이 남아 있는 국내 시장의 특성도 변화를 늦추는 요인으로 봤다. 광고수익이 줄어도 수신료 배분수익이 유지되면 기존 시장에 머물 유인이 크고,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TV(FAST) 등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할 동기는 상대적으로 약해진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플랫폼과 채널사업자가 함께 서비스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 중간에 접속해도 처음부터 볼 수 있도록 하고, OTT와 경쟁할 가격체계와 여러 기기를 통한 시청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가로막는 기술표준이나 제도 개선도 공동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규제 완화로 시간을 벌되, 그동안 서비스 개선에 나서야 정책 효과가 시장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조 대표는 "2~3년의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면 그 시간 동안 유료방송사업자와 채널사업자가 손을 맞잡고 OTT 대비 이 서비스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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