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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반복되는 고환율 위기, 가계는 내성 생겼다"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한은, 환율 급등 경험과 가계소비 관계 분석
1997년이후 환율 위기 반복, 소비행태 바꿔
X세대·취약층·고DSR 가계 중심으로 '내성'
통신비 등 선택재 줄여 환율 충격 적극 방어
"계층간 소비 양극화 막을 정교한 정책 필요"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환율 급등 경험과 가계소비 간의 관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 급등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세대가 고환율·고물가에 비교적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있다. 사진은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모습. 뉴스1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환율 급등 경험과 가계소비 간의 관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 급등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세대가 고환율·고물가에 비교적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있다. 사진은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모습. 뉴스1

[파이낸셜뉴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 급등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세대가 고환율·고물가에 비교적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복된 위기를 겪으며 가계 자체가 고환율 환경에 대처하며 소비를 덜 줄이면서 적응력을 체득했다는 것이다.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환율 급등 경험과 가계소비 간의 관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치솟으면 실질 소득이 줄어들며 소비가 곧바로 위축된 과거와 달리, 가계가 반복된 환율 급등 환경에 적극 대처하는 방향으로 소비 행태를 바꾸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큰 폭(47.1%)으로 치솟은 이후 IT 버블(2000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코로나19(2020년) 등 대내외 경제 불안 시기마다 급등을 거듭했다.

과거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환율 급등 후 가계소비와 소비자심리지수가 기준치(100)보다 매우 낮은 64까지 곤두박질치며 장기간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부터 위기 대응 양상이 달라졌다.

환율 급등 직후 소비가 일시적으로 위축되기는 했으나 비교적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다. 반복된 환율 급등을 겪으며 가계가 높은 환율 환경에 대처하는 '내성'을 키웠다는 방증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영준 한은경제연구원 위원은 "환율이 급등하면 실질소득과 소득이 줄어 가계는 꼭 필요한 것 이외에 소비를 줄이려 한다"며 "위기를 여러 차례 경험한 세대를 중심으로 가계가 스스로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등 능동적으로 소비행태를 바꾸면서 적응력을 높이는 현상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적응적 소비 행태는 특정 가계·계층을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우선 세대별로는 과거 위기를 체득한 X세대(1970~1980년생)가 환율 상승기에도 소비 감소를 방어하는 능력을 보였다. 반면 과거 대규모 위기 경험이 상대적으로 짧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여전히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자산이 적은 하위 계층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은 가계일수록 환율 급등 경험에 따른 적응적 소비 행태가 강하게 나타났다.
취약 가계일수록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소비 구조 조정 노하우를 터득한 셈이다. 이들은 필수재보다 조절 가능한 선택재, 특히 통신비를 중심으로 소비를 탄력적으로 관리했다.

최 위원은 "가계의 위기 적응력은 고무적이지만, 취약 계층에 집중된 부담과 양극화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며 "정부가 단기적 환율 안정을 넘어 정책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계층별 소비 격차를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세심한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mail protected]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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