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사용후 배터리, 폐기 전에 진단부터…성능평가가 순환 경로 '분기점'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겉만으로는 가늠 어려워…사용 이력 따라 남은 성능·안전 상태 달라
재제조 배터리, 단품 시험부터 차량 장착 후 검사까지 단계별 점검
평가 신뢰성·이력 연계·법령 중복 조정…제도 안착 과제로
정부, 하위법령 부처 간 조율…사용후 배터리 급증 대비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오른쪽 다섯번째)과 하성용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장(오른쪽 세번째) 등 참석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용 후 배터리 안전점검 및 재제조 배터리 순환체계 안전관리 실증과 관련 법·제도 활성화 세미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김동찬 기자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오른쪽 다섯번째)과 하성용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장(오른쪽 세번째) 등 참석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용 후 배터리 안전점검 및 재제조 배터리 순환체계 안전관리 실증과 관련 법·제도 활성화 세미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전기차에서 사용을 마친 배터리를 버릴지 따지기에 앞서 상태부터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나왔다. 평가 결과에 따라 재제조·재사용·재활용 경로가 갈리는 만큼, 이후 안전 검증 결과와 이력 정보가 다음 사업자까지 끊기지 않고 전달돼야 순환시장이 작동한다는 논리다. 사용후 배터리법과 개정 자동차관리법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세부 기준을 담을 하위법령이 조율 중이어서, 평가 방식과 부처별 요건을 맞추는 일이 숙제로 꼽힌다.

■폐기 아닌 평가부터…성능평가가 배터리 '행선지' 가른다
김정동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1일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에서 사용후 배터리 순환체계의 출발을 폐기가 아닌 평가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겉모습만으로는 가치를 알 수 없고, 사용 환경과 사고 이력에 따라 남은 성능과 안전 상태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개정 자동차관리법이 '폐배터리' 대신 '사용후 배터리'라는 용어를 쓰는 것도 같은 취지다.

평가 결과에 따라 배터리는 세 갈래로 나뉜다. 수리·부품 교체로 다시 전기차 동력원이 될 수 있으면 '재제조', 차량용으로는 부족해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쓸 수 있으면 '재사용', 배터리 속 원료를 꺼내 쓰는 편이 낫다면 '재활용'이다. 높은 등급의 배터리를 낮은 등급 용도로 돌려 쓰는 것은 가능하지만 반대는 제한된다. 김 변호사는 "성능평가는 배터리가 어느 경로로 갈지 정하는 분기점"이라고 설명했다.

안전 점검도 단계별로 이어진다. 사용이 끝난 시점의 성능평가에 이어 재제조를 마친 배터리 단품의 안전성 시험, 차량에 장착한 상태의 유통 전 안전검사를 거치고, 운행 이후에는 정기적인 안전관리가 따른다. 단품이 시험을 통과해도 차량에 장착하면 배터리 상태를 감시·제어하는 장치(BMS)와의 통신 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차량 단계 검사를 따로 둔다. 김 변호사는 성능평가와 안전성 시험을 두고 "서로 대체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는 별개의 절차"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제도를 시장에 안착시킬 과제로 네 가지를 짚었다. △같은 배터리를 같은 조건에서 평가하면 같은 결과가 나오도록 하는 평가의 신뢰성 △사용 이력부터 재제조·재장착·검사까지 한 배터리의 이력을 이어 추적하는 정보 연계 △법령마다 비슷한 시설·장비를 중복 요구하지 않도록 하는 사전 조정 △제조사의 영업비밀을 지키면서 BMS 정보를 안전성 확인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 권한과 활용 범위를 정하는 일 등이다.

■제도 뒷받침 없인 상용화 어렵다…부처 조율·현장 검증 과제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기술을 개발해도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에 나오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철기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수석은 "기술 개발이 완료됐다고 해서 시장에서 다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고 사장된 기술들도 많다"라며 "법 제도의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실제로 상용화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평가 수치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느냐는 현장의 고민도 전해졌다. 이종욱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같은 배터리도 측정 방식에 따라 잔존수명 평가값이 달라져 기준 마련과 함께 활용처를 넓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협의를 통해 그 기준을 마련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짚었다.

정부는 부처 간 기준이 엇갈리지 않도록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준규 기후에너지환경부 서기관은 "국토교통부·산업통상부와 하위법령을 함께 논의 중이며 법에 명시된 이력관리 시스템을 어떻게 구현할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량이 빠르게 늘어난다는 점도 조율을 서두르게 하는 배경이다. 윤종현 국토부 사무관은 2030~2031년께 사용후 배터리가 17만개 나올 것으로 전망하면서 "국토부 입장에서 기후부와 산업부와 함께 잘 협조해 가면서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 좌장을 맡은 하성용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장은 "사용후 배터리는 같은 차종과 연식이라도 사용 환경과 충·방전, 사고 이력 등에 따라 상태가 달라질 수 있어 정확한 평가와 이력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성능평가부터 재제조·재사용·재활용, 보관·운송과 검사까지 전 과정을 실제 현장에서 검증하고 그 결과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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