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弗 美원전 8기 어디에 짓나…4개주 후보로 거론
[파이낸셜뉴스]한국과 미국이 최대 1200억달러를 투입해 미국에 대형 원전 8기를 짓는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를 공식화하면서 실제 건설 지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측은 오하이오·테네시·사우스캐롤라이나·켄터키 등 4개 주를 후보지로 거론했으나 한국정부는 같은 주 안에서도 지반과 냉각수 여건 등을 따져 상업성이 가장 높은 부지를 고른다는 입장이다.
정부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 발표 행사에서 원전 8기가 4개 주에 들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주별 건설 물량과 한국형 원전 APR1400이 들어설 지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거론된 지명들이 원전 건설을 희망하는 주들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이 구체화되면 미국 측이 개별 프로젝트를 제안해오고, 한국은 이를 받아 부지를 검토하는 구조다. 같은 주 안에서도 후보 부지가 여럿인 만큼 암반이 단단해 건설비를 줄일 수 있는 지, 인근에서 냉각수를 안정적으로 끌어올 수 있는 지가 핵심 기준이 될 전망이다.
'프로젝트 파워(Project Power)'로 이름 붙여진 이번 사업은 APR1400 2기와 웨스팅하우스 AP1000 6기로 구성된다. 양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이 참여한다. 한국은 사업 이익을 나누기 위해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 인수도 추진한다.
재원은 한미전략투자기금에서 건설비 1000억달러와 공사비 초과에 대비한 예비비 200억달러로 마련한다. 착수 목표는 2030년으로, 건설에 10년 가까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금도 장기간에 걸쳐 나눠 집행된다. 정부는 장주기 제작 품목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연말까지 최대 100억달러를 우선 집행할 방침이나 미국이 가져오는 원전 사업이 '추진할 만한 사업'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건설은 1단계 AP1000 2기, 2단계 APR1400 2기·AP1000 2기, 3단계 AP1000 2기 순으로 진행된다. 양국은 1·2차 설계·조달·시공(EPC) 계약 간격도 가급적 6개월 이내로 좁힐 계획이다. 특히 2단계는 두 노형을 병행해 짓되, APR1400을 앞세우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그간 한전·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타협협정(SA) 탓에 APR1400의 미국 건설이 막혀 있었다. APR1400은 건설비가 검증돼 'AP1000보다 낫다'는 인식이 강하게 퍼져 있다. 미국 전력회사나 개발사들이 APR1400을 선호하기 시작하면 SA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웨스팅하우스 쪽에서 나온다.
한국정부는 SA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로열티도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정부는 이번 협력이 한국과 웨스팅하우스가 작은 시장을 놓고 다투기보다 러시아·중국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함께 영역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AP1000 6기에 대한 국내 기업 참여는 '우선 참여' 수준으로만 명시됐을 뿐, 최소 발주 물량은 보장되지 않았다. 사업관리(PM) 업체 선정 등에서 한국기업의 참여를 강제하는 조항을 넣으려 했지만 '선의' 표현에 그친 한계도 있다.
APR1400은 2019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인증을 받았지만 미국 내 건설 실적이나 특정 부지의 건설·운영 허가는 없어 부지별 인허가 일정과 비용을 따로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4·4분기 중 미국이 제시할 개별 사업의 사업비와 전력망 연결, 지역 전력 수요 등을 검토한 뒤 투자 여부를 최종 판단할 계획이다. 8기를 단계별로 나눠 짓는 만큼 초기 원전의 사업성이 후속 원전 건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이유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