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입문 콘텐츠'라며 '時代'를 소환하는 영화들 [암살자(들), 역사왜곡 논란]
'서울의 봄' 등 박정희 시대 주목
"근현대사는 당사자·유족들 생존
사실관계 더욱 꼼꼼히 확인해야"
지난 2023년 12월 개봉한 '서울의 봄'은 현대사의 정치적 사건을 다뤘음에도 대중적인 장르영화가 됐다. 역사학자들조차 섣불리 결론 내리기 어려워했던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암살자(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데는 이러한 흐름이 한몫했다.
영화계가 박정희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는 소재의 희소성 때문이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반복적으로 다뤄졌지만, 1970~1980년대 근현대사는 상대적으로 스크린에 오를 기회가 적었다. 그러면서도 10·26, 12·12, 5·18, 6월 항쟁처럼 한국 사회의 흐름을 바꾼 극적인 사건들이 밀집해 있다. 특히 현대사는 관점에 따라 해석이 갈린다는 점에서도 극적이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항일 서사가 비교적 명확한 대립 구도를 갖는다면, 군사정권과 민주화 시대는 진보와 보수, 세대와 개인의 경험에 따라 같은 사건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사를 소재로 하는 일부 영화는 제작사의 선택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당사자와 유족이 생존해 있고 정치적 갈등도 끝나지 않은 근현대사는 오래된 사극보다 훨씬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12만명의 구독자를 둔 황현필 한국사 강사는 유튜브를 통해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가 제작됐다는 자체에 놀라움을 표했다. 역사학자들도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민감한 사건을 소재로 꺼냈다는 점에서다. 영화 속에선 기자들이 열람하는 문서에 "일본 언론은 자작극으로 보도했다"는 장면을 넣었다. 황 강사는 박정희 정권의 자작극설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대통령이 자신까지 위험에 노출하면서 부인을 죽이는 방식으로 사건을 조작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한 영화감독은 실화를 소재로 삼을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0여 년 전 현재 제작사와는 다른 곳에서 돌던 관련 시나리오를 본 적이 있는데, 결론이 모호하고 위험했다.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사극은 관객이 판타지로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지만, 근현대사는 당사자와 유족이 생존해 있고 현재의 정치·사회적 갈등과도 이어져 있어 사실관계를 더욱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