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익만 보는 사회… 경제학적 사고에 함몰된 우리 [내책 톺아보기]
강민수 교수가 전하는 경제학자 우엘벡
베르나르 마리스(Bernard Maris, 1946~2015)를 알게 된 계기는 지난 2015년 1월에 발생한 잡지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 테러 사건 때였다. 이 주간지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소재로 한 만평을 게재하면서 이슬람권 세력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2006년 무함마드 풍자 만평 재게재 이후, 지속적으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방화 테러와 갖가지 위협에 시달려 왔다. 결국, 파리의 편집부가 무장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편집장, 기자, 만평가, 직원 등 12명이 사망하는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였던 마리스라는 이름을 발견한 것은 그로부터 몇 년 후 한 책을 접했을 때였다. 프랑스 문단에 소동을 일으키는 자, 미셸 우엘벡의 이름을 딴 '경제학자 우엘벡'이 그 책이다. 마리스는 경제학자이지만 우엘벡은 경제학자가 아니다. 도대체 마리스가 어떤 이유로 자신의 저서를 이토록 흥미로운 제목으로 명명했는지,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경제학자 우엘벡'은 어려운 경제학 이론이나 해설이 담긴 서적이 아니다. 복잡한 이론 대신 여러 경제학자의 핵심 테제를 바탕으로 경제학의 본질과 역할을 다룬다. 동시에 주류 경제학이 지닌 한계들을 지적한다. 가장 큰 특징은 경제학에 대한 메타 비판을 진행하면서 소설 작가 미셸 우엘벡의 텍스트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마리스는 어려운 수학이나 통계 자료 대신 우엘벡의 문장을 통해 현대 사회의 경제학 담론과 지배적인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타깃으로 삼는다. 경제학과 문학을 넘나드는 마리스의 하이브리드 비평은 관심 있는 이들에게 분명 매력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대안 경제학자였던 마리스의 메타 비평은 이미 그의 다른 저서에서도 많이 피력됐지만, 문학과 경제학의 만남이라는 이 책만의 특색은 나를 비롯해 경제학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쉽게 다가설 수 있게 해 준다.
책을 번역한 이유는 책의 비판 대상이 우리 현실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와 이를 떠받치는 경제학 이론, 경제학과 긴밀히 관련된 자유주의와 자유 시장 경제에 대한 확고부동한 믿음을 제대로 성찰하고 있는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싶었다. 마리스의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경제학의 근본 토대를 비판하지만, 동시에 경제학적 사고에 함몰된 우리 안의 '시대정신적 사고 체계'를 문제 삼는다.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실용주의적 사고가 지배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개인은 자신의 이득과 손해를 계산하며 작은 손해조차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합리적이라는 말은 곧 계산적이라는 말과 동의어가 됐다. 합리성에 기반한 개인과 사회적 관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일이, 어색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을 독자에게 전하고 싶다.
강민수 부산대 교수·번역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