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초과세수로 나랏빚 갚는 것도 미래 세대 위한 투자

파이낸셜뉴스

더 걷힐 63조 용처 놓고 정부 고심
미래대응은 필요, 명절용은 신중히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 거시재정금융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이형일 부총리,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뉴스1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 거시재정금융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이형일 부총리,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뉴스1

정부가 올해 63조2000억원에 이르는 초과세수 일부를 활용해 국고채 발행 물량을 줄이기로 했다. 고유가와 주요국 긴축 여파로 국고채 금리가 오르고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신규 국채 공급을 줄여 금리를 안정시키고 나랏빚 증가 부담도 덜겠다는 방향은 바람직하다. 다만 축소 규모가 초과세수에 비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확대 거시재정금융간담회에서 금리 상승이 과도하면 초과세수 일부를 활용한 국채 발행물량 축소 등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발행한 국채를 만기 전에 사들이는 '긴급 바이백'에도 나서겠다고 했다. 시중에 풀린 물량까지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시장에선 연말까지 발행물량을 10조원 이상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초과세수를 주거·일자리·서민금융 등 민생 분야에 투입하자는 데 더 무게를 뒀다. 내년 예산안도 장기 추세를 웃도는 세수인 추가세수 162조3000억원을 미래대응기금에 넣으면서 국채 발행 축소엔 12조5000억원만 배정했다.

나라 살림은 넉넉지 않다. 내년 국가채무는 1519조8000억원으로 처음 15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48.3%로 낮아지지만 반도체 호황으로 명목 GDP가 일시적으로 커진 데 따른 착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채무 이자비용도 올해 36조5000억원에서 내년 42조8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세대의 부담은 더 커진다.

초과세수는 반도체 경기에 기댄 일시적 수입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2021~2022년에는 당초 예산을 크게 웃도는 세수가 걷힌 뒤 2023년 56조원, 2024년 30조원대의 세수결손이 이어졌다. 이를 상시 재원으로 여겨 한번 늘리면 되돌리기 어려운 경직성 예산이나 소비성 지원을 확대하는 데 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명절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을 내년 설·추석을 합쳐 1조원 가까이로 늘리자며 "미래대응기금으로 해도 된다"고 언급했다. 정부안 1600억원의 6배다.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미래대응기금은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 등 중장기 사업에 쓰려는 돈이다. 이를 해마다 반복되는 단기 사업에 쓰면 기금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 할인 지원이 수요를 자극해 농산물 가격을 오히려 끌어올릴 수도 있다.

늘어난 세수는 빚을 줄이고 재정여력을 확보하는 데 먼저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빚을 갚는 것도 미래를 위한 투자다. 대외 충격이나 저출생·고령화에 대비하는 것도 '미래 대응'의 본뜻에 가깝다. 재정 운용이 정치 일정에 흔들리지 않도록 재정준칙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초과세수가 생기면 일정 비율 이상을 채무 상환에 쓰도록 하는 것이다. 국채 발행을 줄여 시장을 안정시키면서 대규모 예산 증액을 추진한다면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63조원 초과세수를 재정건전성 회복의 도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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