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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눌러야 나와요"...부끄러워 말 못 한 배변 고민 [헬스톡]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수년째 변비약과 관장에 기대며 '심한 변비'로 여겨 온 여성 가운데 상당수는 부끄러움 탓에 진짜 증상을 털어놓지 못한다. 그러나 배변의 마지막 단계에서 막힌다면 직장류를 비롯한 골반저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정성우 인천세종병원 과장(외과)은 "변비로 오해받기 쉬운 질환이 직장류(Rectocele)"라며 "항문이 튀어나오지 않아도 생기는 배변 장애로, 여성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골반저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외과 진료실을 찾는 여성 환자들은 "변이 항문에 걸려 있는 것 같다", "엉덩이나 질 쪽을 눌러야 변이 나온다"며 배변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심하면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변을 꺼냈다는 환자도 있다.

항문은 멀쩡한데 변이 안 나오는 이유

직장류는 직장과 질 사이의 지지 조직이 약해지면서 직장 앞쪽 벽이 질 안쪽으로 볼록하게 돌출되는 질환이다. 임신과 출산, 노화, 만성 변비, 배변 시 반복적인 힘주기 등으로 골반저를 받치는 조직이 약해지면서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직장이 조금 튀어나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직장으로 내려온 대변이 돌출된 공간에 걸리면서 항문으로 원활하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배변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변이 항문까지 온 것 같은데 마지막에 안 나온다"는 등 일반 변비와는 조금 다른 증상을 호소한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변비약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항문 밖으로 조직이 튀어나오지 않아 환자 스스로 단순 변비로 생각하기 쉽다. 겉보기에 항문이 정상이어서 치질이나 직장탈출은 아니라고 여기면서도, 배변 때마다 심한 불편을 겪으며 질 쪽을 손으로 눌러 변을 빼내는 등 특정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정 과장은 "직장류가 있으면 직장 앞쪽 벽이 질 쪽으로 돌출되면서 대변이 일시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일부 환자는 배변을 위해 질 쪽을 눌러 돌출된 직장 부위를 지지하거나 회음부를 압박하는 등의 행동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변을 위해 손을 쓰는 행동이 반복된다면 단순 변비뿐 아니라 골반저의 구조적 문제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모두 수술할 필요는 없어…정밀 평가가 먼저

직장류가 있다고 모두 수술하는 것은 아니다. 증상이 가벼우면 약물치료와 생활 습관 교정을 우선한다. 변비가 함께 있다면 적절한 약물치료와 함께 식이·배변 습관을 조절하며 증상 변화를 지켜본다.

증상이 심하거나 치료에도 배변 장애가 이어지면 정밀 평가를 거쳐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평가에는 골반저와 직장의 구조, 배변 과정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자기공명배변조영술(MR defecography) 등이 쓰인다.

수술이 필요하면 직장류의 형태와 동반된 골반저질환에 따라 처진 직장이나 골반 장기를 제자리로 되돌리고 지지 구조에 고정하는 수술을 할 수 있다. 복강경이나 다빈치SP 단일공 로봇수술 등 최소침습 방식으로도 시행할 수 있다.

정 과장은 "골반저질환 환자들은 부끄러움 때문에 증상을 오랫동안 숨기는 경우가 많다"며 "항문 밖으로 조직이 튀어나오지 않았다고 골반저질환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배변을 위해 손으로 특정 부위를 눌러야 하고, 평소 '밑이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반복된다면 직장류를 비롯한 골반저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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