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

[단독]자격 취소돼도 3949억 납품…집행정지 '우회로'에 손 놓은 유통원

김형구 기자
파이낸셜뉴스

취소기업 104곳, 집행정지 받아 8988건 납품
44곳 1년 넘게 자격 유지…본안 승소율 82%
취소 83% 차지한 위반행위, 적극 대응 제외

임문영 광주 광산을 국회의원이 지난 6월 12일 오전 광주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남광주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임문영 광주 광산을 국회의원이 지난 6월 12일 오전 광주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남광주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직접생산 의무 위반 등 사유로 직접생산확인이 취소된 기업들이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을 '우회로' 삼아 최근 5년간 공공기관에 3949억원어치를 납품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소처분을 내린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이 위반 기업의 집행정지 신청에 별도로 대응하지 않은 탓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임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과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직접생산확인이 취소된 기업 332곳 중 104곳(31.3%)이 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이들 기업이 법원으로부터 직접생산확인 취소 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기간동안 올린 공공조달 납품 실적은 8988건, 3949억원이었다.

직접생산확인은 중소기업이 공공기관에 타사와의 경쟁 제품을 납품하는데 필요한 자격이다. 하도급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거나, 다른 회사의 완제품을 구매 후 납품하는 경우 해당 기업이 보유한 모든 직접생산확인 자격은 취소된다. 6개월간 재신청도 제한된다. 그러나, 법원이 해당 기업이 제기한 직접생산확인 자격 취소 집행정지를 받아들이면 취소 처분이 멈춰 기존 자격으로 공공조달 시장 참여가 가능한 상태다.

실제 납품액의 92.7%인 3659억원은 하도급 생산·타사 완제품 납품 등 직접생산 의무 위반으로 직접생산확인이 취소된 기업에서 발생했다. 직접생산확인을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받은 경우뿐 아니라, 실제 납품 과정에서 의무를 어긴 기업의 조달 시장 참여가 이어진 것이다.

집행정지 기간도 길었다. 집행정지를 받은 104곳 가운데 78곳은 취소 효력이 6개월 넘게 정지됐고, 이 중 44곳은 1년을 넘겼다. 반면 본안소송에서 판결이 나온 78건 중 64건(82.1%)은 유통원이 승소해 취소 처분의 적법성이 인정됐다.

쟁점은 집행정지 단계에서 유통원의 대응이 충분했느냐다. 유통원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직접생산확인과 취소 업무를 위탁받아 관련 소송의 피고로 나선다. 집행정지 심문에서 공공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주장하거나 인용 결정에 즉시항고할 수 있지만, 중기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집행정지 결정에 별도로 대응하지 않았다.

감사 지적 이후 마련한 대책에도 공백이 큰 상태다. 유통원은 지난 6월 대응 방안을 마련하면서 적극 대응 대상을 거짓·부정한 방법으로 직접생산확인을 받은 경우로 한정했다. 이는 전체 취소 처분 332건 중 31건에 불과하다. 전체의 83%를 차지하는 하도급 생산·타사 완제품 납품 등은 빠졌다. 대책 마련 이후 집행정지가 인용된 7건도 모두 적극 대응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다.

임 의원은 "직접 생산하지 않은 제품을 납품해 자격이 취소된 기업이 집행정지를 받아 다시 조달 시장에 들어오면, 그만큼 원칙을 지킨 중소기업의 납품 기회가 줄어든다"며 "집행정지 단계부터 위반 정도와 공공조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중대한 위반에 대해서는 즉시항고 등 가능한 법적 수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형구 기자


#납품 #집행정지 #직접생산확인 #공공기관 #유통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