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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의 본초여담] 인삼 대신 닭을 고아서 계고(鷄膏)를 만들어 먹으면 좋았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주>

옛날에는 인삼을 구하기 어려운 가난한 집에서 계고(鷄膏)를 보양식이자 약처럼 활용했다. 또한 계고는 혈이 마르고 폐에 열이 있어 인삼이 맞지 않는 사람에게도 좋다. 챗GPT에 의한 AI생성 이미지.
옛날에는 인삼을 구하기 어려운 가난한 집에서 계고(鷄膏)를 보양식이자 약처럼 활용했다. 또한 계고는 혈이 마르고 폐에 열이 있어 인삼이 맞지 않는 사람에게도 좋다. 챗GPT에 의한 AI생성 이미지.

옛날 90세 정도 된 노인이 있었다. 노인은 살이 쪘는데, 어느 날부터 정신이 온전치 못하며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먹거나 마시면 반드시 사래에 걸려 기침을 했다. 그리고 혀에는 누런 설태(舌苔)가 있으며 가슴이 답답해서인지 자꾸 옷을 벗으려 하였다.

노인은 오래 누워 있어서 그런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으므로 부축을 받아 앉으려 하면 허리가 심하게 아팠고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다른 증상보다도 허리에 힘을 주지 못하자 여간 불편했다.

노인의 가족은 어쩔 수 없이 의원을 불러 진찰케 했다.

"저희 노령의 아버님이 허리가 아파 앉거나 일어서지를 못하십니다. 어떻게 치료를 좀 해 주시오."

의원은 노인의 집에 가서 진찰을 하고서는 말했다.

"보아하니 허리가 문제가 아니오. 보통 살찐 체형은 비(脾)가 허하여 습(濕)이 성하기 때문이고, 말을 하지 못하는 증상은 비위(脾胃)의 담연(痰涎)이 심(心)으로 들어가 혓바닥이 강직된 때문이며, 누런 설태는 비에 열이 뭉친 때문이고, 음식을 먹을 때 반드시 기침을 하는 증상은 혓바닥이 강직되어 음식을 삼킬 수 없기 때문이며, 자꾸 옷을 벗으려고 하는 것은 폐에 화가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 생긴 요통은 비의 습이 신(腎)을 억압하여 신이 허해진 때문입니다."

"그럼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이럴 때는 육군자탕(六君子湯)으로 담(痰)을 치면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폐에 화가 있으니 육군자탕에서 인삼을 빼고 산약을 넣고 석창포 1돈을 더하여 3첩을 처방해 보겠습니다."

노인은 의원의 처방대로 복용했더니 모든 증상이 약간 나아졌고 먹는 양도 배로 늘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먹지 못했던 음식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먹었다. 그러자 다음 날 먹는 양이 갑자기 줄어 다시 음식을 먹지 못했다.

노인의 가족은 재차 의원을 불렀다.

"아버님이 다시 식사를 못하십니다. 어찌 된 것입니까?"

의원이 진찰을 해 보고서는 말했다.

"어르신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음식을 먹어 체한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당분간 일반 식사를 주지 말고 미음을 줘서 위장을 편하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지난번 처방을 다시 두 첩을 지어 드릴 테니 복용시키시기 바라오."

가족들이 노인에게 미음을 쑤어 먹이자 노인은 다시 정상적으로 식욕을 회복해서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처방받은 약을 2첩을 먹이자 모든 증상이 점차 나아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누런 설태가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식욕은 생기는 것 같은데 도무지 기운이 나지 않았다.

"아버님의 설태가 여전히 누렇고 기운을 차리지 못합니다. 어찌 이것들은 안 좋아지시는 겁니까?"

"이것은 몸의 원기가 온전하게 회복되지 않은 것입니다. 우선 미음을 끊어야겠습니다."

"미음을 드시고 속이 편해지고 식사를 하시게 되어서 좋아했는데, 미음을 끊으라니요?"

"미음은 병이 위중하여 전혀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 일시적으로 먹게 하면 배고픔을 없애고 체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병중의 노인이 미음을 마시면 소화되지 않았던 음식이 모두 소화되어 식사를 잘하게 된다. 그러나 평소 위(胃)가 허한 병자가 미음을 연달아 복용하면 더욱더 위를 허하게 해서 기운을 회복하는 데는 효과가 없으니 미음만을 장기 복용하면 안 됩니다."

"그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원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좋은 처방을 해 주시지요?"

"이때 인삼을 쓰면 좋겠지만 어르신은 폐경(肺經)에 화(火)가 있어 인삼이 맞지 않으니 이럴 때는 몸을 보하는 계고(鷄膏)를 고아서 드시게 하면 좋겠소."

"계고(鷄膏)는 어떻게 만드는 것입니까?"

"계고는 예로부터 허증이 심한데 인삼을 쓰기 어려운 경우에 활용하는 음식 처방입니다. 묵은 토종닭 1마리를 내장, 껍질, 뼈, 목, 등뼈는 버리고, 날갯죽지와 다리, 배아래 살만을 발라서 탕에 넣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생길경 1줄기, 생강 2냥, 육계 5돈, 산사 20개, 누런 밤 10개를 넣어서 푹 고아서 고(膏)를 만듭니다. 이렇게 만든 계고는 보양식으로 기운이 허하고 비위가 약한 사람에게 먹이면 효과가 있습니다."

가족들은 의원의 말대로 노인에게 계고를 고아서 드시도록 했다. 노인은 계고를 다 먹을 즈음 설태가 점점 좋아졌고 답답하여 안절부절못하던 증상도 곧바로 사라졌다.

옛날에는 가난한 집에서 기운이 허한데, 인삼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는 계고를 약으로 대신했다. 비록 인삼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라도 평소에 혈(血)이 마르고 폐경에 화(火)가 있어서 인삼을 복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좋다. 닭만을 삶아서 계고를 만들어 먹기도 했고, 다양한 약재를 넣기도 했다. 어느 것도 효과가 좋았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경보신편> 老人年近九十, 肌膚肥盛, 精神多妄, 不能言語, 飮啖必嚔, 舌上黃苔, 煩悶脫衣, 長臥不起, 故欲扶坐則腰痛添劇, 不能轉側, 要予以腰痛藥. 反復思之, 肥盛者, 脾虛濕盛也, 不能言者, 脾胃痰涎入心舌强也, 舌苔者, 脾雍熱㭗也, 飮啖必嚔者, 舌强不能收納飮啖也, 腰痛者, 脾濕乘腎而腎虛也. 六君子, 去人蔘, 入山藥, 加石菖蒲一戔, 用三貼, 諸症稍愈, 飮食倍進, 翌日飮食頓減不進, 此過喫食而滯也. 又翌日連進米飮, 蕩滌胃中, 飮食復常. 又用右藥二貼, 諸症漸有差效, 而舌苔全不愈, 黃土鷄膏一首用, 舌苔漸差, 煩燥頓減. 人蔘無效, 故去之.

米飮, 病重專不食之人飮之, 療飢不滯, 老人早起飮之, 宿食消盡而善飯, 然素胃虛之人連服, 大虛之. (어떤 90세 가까운 노인이 살찌고 정신이 자주 온전치 못하며 말을 하지 못하고 먹거나 마시면 반드시 재채기를 하고 혀 위에 누런 설태가 있으며 가슴이 답답해 옷을 벗으려 하였다. 오래 누워 일어나지 못했으므로 부축 받아 앉으려 하면 허리가 심하게 아팠고 몸을 움직일 수 없어서 나에게 허리 아플 때 쓰는 약을 부탁하였다. 되풀이하여 생각해보니 살찐 체형은 비가 허하여 습이 성하기 때문이고, 말을 하지 못하는 증상은 비위의 담연이 심으로 들어가 혓바닥이 강직된 때문이며, 누런 설태는 비에 열이 뭉친 때문이고, 음식을 먹을 때 반드시 재채기 하는 증상은 혓바닥이 강직되어 음식을 삼킬 수 없기 때문이며, 요통은 비의 습이 신을 억압하여 신이 허해진 때문이었다. 육군자탕에서 인삼을 빼고 산약을 넣고 석창포 1돈을 더하여 3첩을 썼더니 모든 증상이 약간 나아졌고 먹는 양도 배로 늘었다. 그러나 다음날 먹는 양이 갑자기 줄어 음식을 먹지 못했는데, 이는 지나치게 먹어 체했기 때문이다. 이튿날부터 계속 미음을 주어 위장을 씻어주었더니 평소대로 회복되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다시 이 약 2첩을 사용하였더니 모든 증상이 점차 나아 효과가 나타났다. 그런데 설태가 전혀 좋아지지 않아서 황토색 닭으로 만든 계고 1마리 분량을 썼더니 설태가 점점 좋아졌고 답답하여 안절부절 못하던 증상도 곧바로 줄었다. 인삼은 효과가 없을 것이었으므로 뺐다. 미음을 병이 위중하여 전혀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 먹게 하면 배고픔을 없애고 체하지도 않는다. 노인이 일찍 일어나서 미음을 마시면 소화되지 않았던 음식이 모두 소화되어 식사를 잘하게 된다. 그러나 평소 위가 허한 사람이 연달아 복용하면 매우 위를 허하게 한다.)

<의종손익> 鷄膏. 貧家遇虛症, 而難辦蔘料, 以此代用. 雖能辦蔘, 素稟血燥, 肺經有火, 難服蔘料者, 亦宜. 陳鷄 一隻, 去筋膜皮骨, 及頸與脥, 只取肩脚, 及服下堅肉, 入生桔梗 一條, 生薑 二兩, 官桂 五錢, 山査 二十箇, 黃栗 十箇, 如法作膏. ○血燥, 加白芍藥(酒炒黃) 一錢. ○陽虛, 加附子 一二錢. ○氣虛感氣, 及房勞挾感, 補瀉兩難. 忍冬 三錢或五錢, 生薑 一兩, 山查 十箇, 生栗 九箇, 生桔梗 一條. 同鷄作膏用. ○材料加減, 全在活法. (계고. 가난한 사람이 허증이 생겨 인삼 같은 약재를 구하기 어려울 때 이것을 대신 쓴다. 비록 인삼 같은 약재를 구한다 하더라도 본래 혈이 조하고 폐경에 화가 있어서 인삼 같은 약을 먹기 어려울 때에도 쓰는 것이 좋다. 묵은 닭 1마리(내장, 껍질, 뼈, 목, 등뼈는 버리고, 날갯죽지와 다리, 배아래 살만을 바른 것을 넣는다), 생길경 1줄기, 생강 2냥, 육계 5돈, 산사 20개, 누런 밤 10개로 보통 하는 방법대로 고를 만든다. ○ 혈이 조한 데는 백작약(술로 축여 누렇게 볶은 것) 2돈을 더 넣어 쓴다. ○ 양이 허하면 부자 1∼2돈을 더 넣어 쓴다. ○ 기가 허하여 감기에 걸린 것과 성생활이 지나쳐 감기에 걸려 보하거나 사하기가 모두 어려울 때는 인동 3돈이나 5돈, 생강 1냥, 산사 10알, 생밤 9알, 생길경 1줄기를 닭고기와 한데 섞어 고를 만들어 쓴다. ○ 약재를 가감하는 것은 전적으로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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