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승리의 여신' 나이키... 재기의 몸부림 시작 [윤재준의 월드뷰]
중국 시장 매출 26% 감소 등 분기 매출 전망치 못미쳐
주가 올해 47% 하락, S&P100에서도 제외
프랑스 축구스타 킬리안 음바페 신예 브랜드에 뺏겨
'에어 조던' 희소성 떨어지면서 브랜드 가치도 동반 하락
힐 CEO 결국 감원과 비용 절감 칼 빼들어
[파이낸셜뉴스] 그리스 신화 속 승리의 여신 이름을 딴 세계 최대 스포츠웨어 브랜드 나이키가 거센 위기에 직면해 있다. 매출과 고객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온(On), 호카 등 신흥 라이벌들에게 시장 점유율마저 위협받는 모습이다. 과거 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켰던 나이키는 이제 왕좌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 1일(현지시간) 발표된 분기 매출은 112억달러(약 15조1000억원)로 4% 떨어지고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으며, 특히 핵심 시장인 중국 매출이 26%나 급감했다. 순이익은 7억2700만달러에서 7억1200만달러(약 9600억원)로 줄어들었다. 시장 악재와 구조조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나이키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3.7% 급락했다. 이에 따라 나이키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47% 하락하며 역대 최악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할 위기에 처했다.
나이키는 당초 올해 상반기까지만 매출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으나 2027년 5월 종료되는 이번 회계연도 전체 매출이 한 자릿수 후반대(7~9%) 비율로 감소할 것이라며 실적 눈높이를 대폭 낮췄다.
나이키 측은 중화권 시장과 더불어 라이프스타일 라인인 '나이키 스포츠웨어', '조던' 브랜드의 실적 반등을 장기적 과제로 제시했다. 실제로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도 성장세는 2% 수준에 그쳤다. 대형 스포츠 용품 유통업체인 딕스 스포팅 구즈(Dick's Sporting Goods) 측은 에어포스 1 등 나이키의 스테디셀러 제품군 판매가 크게 둔화되었다고 전했다.
지난 1988년 영업 인턴으로 나이키에서 근무를 시작했다가 은퇴후 지난 2024년 10월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엘리엇 힐의 재건 전략이 일부 성과를 보이고는 있지만, 회복의 속도는 느리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세계적인 축구 스타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가 20년간 이어온 나이키와의 파트너십을 끝내고 스위스의 신흥 브랜드 '온(On)'으로 이적하면서 악재가 겹쳤다. 음바페에 앞서 스페인의 차세대 스타 라민 야말 역시 아디다스로 둥지를 틀었다. 이는 나이키가 최고 선수들은 물론 팬심까지 계속 사로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나이키는 여전히 강력한 글로벌 메가 브랜드지만, 최근 수년간의 전략적 실책으로 주가가 5년간 75%나 폭락했고 최고 우량주 지수인 S&P 100 지수에서도 퇴출됐다.
전문가들은 나이키의 주된 실책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오프라인 소매점과의 관계를 끊고 온라인 자사몰 직접 판매(D2C)에만 치중한 점, 둘째는 '에어 조던' 같은 희소성이 핵심이던 한정판 제품을 무분별하게 대량 풀면서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린 점이다.
스포츠 리테일 분석가 매트 파웰은 "한정판 제품이 흔해질수록 사람들의 관심은 식어갔다"며 "제품 연구개발(R&D)에 쓰여야 할 예산이 단순 디지털 전환에 쓰이면서 정작 제품 자체의 혁신은 멈춰 섰다"고 지적했다. 이베이 출신의 존 도나호 전 CEO 체제 당시 추진된 D2C 전략은 팬데믹 초기 온라인 쇼핑 특수로 반짝 성장했으나, 이후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부작용을 낳았다. 나이키가 디지털 전환에 눈이 팔린 사이 온, 호카 등 신생 브랜드들이 매대 공간을 채우며 치고 올라왔다.
1980년대 중반 루키였던 마이클 조던에게 농구 예산을 올인하며 '에어 조던' 신화를 쓰고, 타이거 우즈, 세레나 위엄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들과 함께 성장해 온 나이키의 명성에 금이 가고 있는 셈이다.
나이키 측은 향후 회계연도 매출이 한 자릿수 후반대의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은 나이키는 실적 발표후 몸집 줄이기를 발표했다. 나이키는 체질 개선을 위해 '스포트 오펜스(Sport Offense)'라 불리는 재건 플랜을 가동 중이다. 실적 발표후 희소성이 떨어진 조던 브랜드의 공급량을 줄이고, 2031년까지 25억달러(약 3조 4000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 및 인력 감원 계획을 공개했다.
힐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일을 통해 "지역 사업부를 통합하고 조직 전반에 걸쳐 일자리를 줄일 예정"이라며 "이번 조정으로 나이키 전반에서 역할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감원 대상과 구체적인 규모는 2027년부터 순차적으로 정해질 예정이다.
힐 회장은 그간 D2C 전략을 과도하게 밀어붙이며 소원해졌던 도소매 유통업체들과의 관계 회복에 공을 들여왔다.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서 나이키는 쇄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올해 1월 물류창고 직원 800여명, 4월 본사 인력 1400여명을 감원한 데 이어 2020년부터 재무를 이끌어온 매슈 프렌드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여름에 사임했다.
나이키는 오는 2031 회계연도까지 약 25억달러(약 3조4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해고 수당 등을 포함해 약 10억달러의 세전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전망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나이키가 과거와 같은 독점적 지위를 되찾기는 어렵더라도 성장세로의 회복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혁신의 엔진을 다시 켜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때 "Just Do It"이라는 슬로건으로 시대를 풍미했던 나이키가 젊은 세대와 미래의 스타들에게 "왜 나이키여야 하는가?(Why Nike?)"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할 시점에 와있다.
■기자의 시각
나이키와 우즈는 지난 2024년 27년간 이어온 파트너십을 끊었다.
나이키는 코비 브라이언트 농구화를 출시하고 있으나 그는 지난 2020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면서 잊혀져가고 있다.
음바페 마저 떠난 나이키는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와 지난 2003년에 은퇴한 조던에도 의존하고 있다. 제임스는 올해 42세로 앞으로 몇 년 더 선수생활을 할지 미지수다.
나이키로서는 새로운 축구나 농구 신동이 나오기를 간절히 기대할 것이다.
[email protected] 윤재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