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임원 꿈꾸는 Z세대, 팀장은 싫다 [김문경의 리더십테크](28)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오후 6시 정각, 입사 2년 차 직원이 노트북을 덮고 일어선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인사는 깍듯한데 팀장의 속은 편치 않다. 마감이 사흘 남은 보고서가 아직 절반이나 비어 있기 때문이다.

임원 꿈꾸는 Z세대, 팀장은 싫다 [김문경의 리더십테크](28)

기업 현장에서 리더들을 만나면 이런 상황을 두고 어김없이 비슷한 하소연이 이어진다. 요즘 젊은 직원들은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면 움직이지 않고, 피드백은 수시로 원하면서도 정작 쓴소리에는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기성세대 리더들의 결론은 대개 빠르고 단호하다. 책임감이 없고, 끈기가 없고, 도무지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이 고충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4년 미국 교육정보업체인 인텔리전트 닷컴이 관리자 1천 명을 조사한 결과, 75%가 Z세대를 관리하는 데 다른 세대보다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이 든다고 답했다. 관리 방식을 바꿨다는 관리자 가운데 10명 중 4명 가까이는 결국 마이크로 매니징으로 대응했다고 털어놨다. 이해하기 낯선 상대 앞에서 리더가 가장 먼저 꺼내 드는 카드가 여전히 통제인 셈이다. 그렇다면 불편하더라도 이 부분은 짚어봐야겠다. 정말 Z세대 직원들의 문제일까, 아니면 그들을 바라보는 리더의 잣대가 문제일까?

심리학에는 '기본적 귀인 오류'라는 개념이 있다. 스탠퍼드대 심리학자인 리 로스(Lee Ross)가 1977년에 이름 붙인 이 편향의 개념은 타인의 행동을 볼 때 그가 처한 상황보다 성격이나 태도를 원인으로 지목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쓰고 세상이 흐릿하다고 불평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안경을 쓰면 야근을 꺼리는 직원은 책임감 없는 사람이 되고, 왜 이 일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 직원은 지시를 거스르는 사람이 된다. 스트레스와 정신건강을 이야기하는 순간에는 나약한 세대라는 꼬리표가 붙어 버린다.

하지만 안경을 바꿔 쓰면 같은 행동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 정시 퇴근은 주어진 시간 안에 밀도 있게 성과를 내겠다는 몰입의 방식일 수 있고, '왜'라는 질문은 일의 목적을 제대로 알고 기여하고 싶다는 지적 요구로 읽을 수 있다. 정신건강을 챙기는 것 역시 번아웃이 오기 전에 자기 상태를 먼저 알아차리고 통제하려는 영리한 자기 관리법에 가깝다.

이는 단지 젊은 세대를 향한 너그러운 해석만이 아니다. 세대 연구를 종합 검토한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한림원(NASEM)은 2020년 보고서에서, 세대라는 꼬리표로 직원의 욕구와 행동을 규정하는 방식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인력 관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직원 사이의 행동 차이는 태어난 연도보다 현재의 경력 단계, 직무 경험, 사회와 노동 환경의 변화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지금의 20대가 보이는 모습 역시 경력 초기라는 직위, 팬데믹이 남긴 단절의 경험, 극도로 불확실해진 노동 시장이 겹쳐 만든 결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섣불리 "요즘 애들은 원래 그래"라는 마법의 문장 하나로 사고를 닫아버린다. 이 문장이 위험한 이유는 리더에게 더 이상 고민하거나 질문하지 않아도 되는 면죄부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독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곳이 바로 리더 자리를 대하는 태도다.

딜로이트(Deloitte)의 2026년 글로벌 조사에서 Z세대와 밀레니얼 가운데 리더 직책을 가장 중요한 커리어 목표로 꼽은 응답자는 6%에 불과했다. 이 숫자만 보면 젊은이들은 승진 욕심도 야망도 없다는 결론에 이르기 쉽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같은 조사에서 Z세대의 76%는 언젠가 임원급 리더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리더를 당장의 목표로 삼지 않는 이유를 묻자, Z세대 절반이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또 다른 절반이 과도한 책임을 꼽았다.

그들은 리더가 되기 싫은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지금의 리더 모습으로 살고 싶지 않을 뿐이다. 위아래로 치이며 무한한 책임을 지면서도 정작 권한은 턱없이 부족한 팀장, 밤 10시에 퇴근하고 주말에도 메신저를 놓지 못하는 팀장을 매일 지켜보면서, 젊은 세대는 저 자리에 오르는 것이 과연 진정한 성공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 이 합리적인 의구심을 야망 부족으로만 읽는 순간, 조직은 미래의 리더 파이프라인이 보내는 치명적인 경고를 놓치게 된다.

그렇다고 Z세대의 미숙한 행동까지 무조건 감싸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약속을 어기고,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을 무시하며, 성장에 필수적인 피드백을 거부하는 것은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직업인으로서 낙제점이다. 이해한다고 해서 방임할 수는 없다. 탁월한 리더는 타협하여 기준을 낮추는 대신, 그 기준이 왜 필요한지를 상대가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집요하게 설명하는 쪽을 택한다. 이 원칙을 왜 지켜야 하는지, 당신의 행동이 고객과 동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율은 어디까지이고 책임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를 납득시킨다. 맥락은 충분히 주되 약속한 결과에는 분명하게 책임을 묻는 리더, 맹목적으로 시키는 대로 하라는 통제형 리더십이 물러난 자리에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리더다.

임원 꿈꾸는 Z세대, 팀장은 싫다 [김문경의 리더십테크](28)

그렇다면 당장 이번 주에 무엇부터 바꿀 수 있을까? 일을 맡길 때 '무엇을(What)' 하라는 지시보다 이것이 '왜(Why)' 필요한지를 단 한 문장이라도 먼저 꺼내 보자. 정시에 퇴근하는 직원을 보며 혀를 차기 전에, 그에게 근무 시간이 아닌 결과물로 정의된 명확한 성과 기준을 건넸는지부터 자문해 봤으면 한다. 그리고 팀에서 가장 젊은 구성원과 커피 한잔을 하며 "내 자리가 어떻게 보이느냐"고 물어보자. 돌아오는 대답이 불편할수록 조직이 반드시 들어야 할 진실에 가까울 수 있다.

새로운 세대가 등장할 때마다 우리는 버릇이 없다거나 편한 것만 찾는다는 불평을 되풀이해 왔다. 공교롭게도 그 불평을 듣던 세대가 지금 조직의 리더 자리에 앉아 있다. 어렵게 들어온 미래의 리더를 조직 밖으로 밀어내는 것은 세대 차이 그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다름을 틀림으로 읽어내는 우리의 오래된 습관이 가장 위험하다.

지금 당신의 팀에서 가장 젊은 직원은 당신의 등을 보며 리더가 되고 싶어 할까?

/김문경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대한리더십학회 부회장)

임원 꿈꾸는 Z세대, 팀장은 싫다 [김문경의 리더십테크](28)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번아웃 #스트레스 #책임 #Z세대 #리더십테크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