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줄 어른이 아무도 없다" 황인범 결국 울음 터졌다… 김민재 '극대노' 이어 韓축구 덮친 처절한 민낯
베네수엘라 상대로 슈팅 7-12 참담한 '졸전'
모레노호 첫선 보인 황인범, 믹스트존서 눈물
"수비수들 불쌍해, 앞쪽 선수들이 뼈저리게 반성해야"
"회장님은 없고 감독은 임시" 9년 차 국가대표의 뼈아픈 작심 발언
[파이낸셜뉴스] '단순한 분노를 넘어선 처절한 무력감. 캡틴도, 수비의 핵도, 중원의 사령관도 모두 병들어 가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중원의 사령관' 황인범(포르투)이 믹스트존에서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선수들의 헌신만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대표팀 안팎의 총체적 난국과 '리더십 실종' 사태를 향한 뼈저린 호소였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슈팅 수 7-12로 철저히 밀린, 변명의 여지가 없는 졸전이었다.
이날 모레노 체제에서 처음 선발 출전한 황인범은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답답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벤치에 축구화를 집어 던지며 분노를 표출했던 김민재(뮌헨)와는 또 다른 결의 '무력감'이었다.
황인범은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다"고 운을 뗀 뒤, "대표팀 9년 차 정도 됐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축구를 비롯한 여러 가지 부분에서 변화돼야 하는 것들이 많은데 잘 안되고 있는 것 같다"며 씁쓸함을 삼켰다.
무엇보다 황인범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방패막이가 되어줄 '어른'의 부재였다. 선수들의 힘만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기 힘들다면 어떤 도움이 필요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일단 도움을 주실 분이 안 계신다"며 뼈있는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회장님이 지금 안 계신 상황이고, 감독님도 임시 감독님으로 오셨다 보니 미래를 모르는 상황이라 선수들 입장에서 쉽지 않다"며 "누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많다. 문제점들이 분명히 보이는데 누구도 나서지 못하고, 나설 사람도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축구협회 수뇌부의 공백과 임시 사령탑 체제의 불안정성이 선수단 전체를 얼마나 멍들게 하고 있는지 낱낱이 고발한 셈이다.
"답을 못 찾겠다"며 울먹인 황인범은 동료 김민재의 분노 섞인 쓴소리("수비수들이 불쌍하다")에 대해서도 깊은 공감을 표했다. 황인범은 "뒤에서 수비수들이 오늘 정말 잘해준 게 맞다. 민재 입장에서 아주 답답했을 것"이라며 "저를 포함해 앞쪽에 있는 선수들이 조금 더 분발해 줘야 한다"고 자책했다.
최근 근육에 불편함을 느꼈음에도 진통을 참고 그라운드를 누빈 황인범은 무너진 대표팀의 현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는 한국 축구는 오는 6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A매치 4연전의 마지막 상처뿐인 경기를 치른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