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택 감독 "이 영화는 너무 아깝다"…정이랑·정하용 남매 영화 '아네모네' 일본판 제작
영화 '우리 아빠 좀비' 개봉 앞둬
[파이낸셜뉴스] '친구' '극비수사' '소방관' 등을 연출하고 '암수살인' 제작˙각본에 참여한 곽경택 감독이 일본으로 제작 활동의 무대를 넓혔다. 한국의 저예산 영화 '아네모네'를 일본 배우와 한일 스태프가 함께하는 작품으로 다시 만들었다.
정이랑이 주연한 정하용 감독의 블랙코미디 '아네모네'는 행방불명된 1등 당첨 로또를 되찾으려는 로또 임자 '용자'의 추적을 그렸다. 2024년 극장 개봉 당시 1만명도 채 안 봤지만, 넷플릭스 공개 이후 한국 영화 순위 1위에 올랐다.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대상과 시네가상, 태국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는 등 해외 장르영화제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곽 감독도 극장에서는 이 작품을 보지 못했다. 한 번 봐달라는 지인의 권유에도 처음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넷플릭스 공개 후 며칠 동안 1위를 차지하자 생각이 달라졌다. 그는 최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신기해서 봤는데 재미있더라. '이 영화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야기의 힘은 분명했지만 한국에서 같은 작품을 다시 만들기는 어려웠다. 곽 감독은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어떤 영화는 몇 년을 고생해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데 이 작품은 일이 하나씩 툭툭 풀렸다"고 돌이켰다.
공동 제작자로 나선 그는 원작자인 정하용 감독에게 일본판 연출을 맡겼다.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촬영에 들어갔지만, 난관도 있었다. 첫 번째 문턱은 배우 섭외였다. 일본에서는 인지도와 제작 실적이 충분치 않은 회사가 유명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하기란 쉽지 않았다.
곽 감독은 주연 배우 에구치 노리코를 섭외하기 위해 직접 배우 측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제가 제작하는 작품이라는 사실과 어떤 영화를 만들려는지 직접 설명했다"고 설명했다.
에구치 노리코 측을 한국으로 초청해 정하용 감독과 식사 자리도 마련했다. 제작진의 의도와 작품의 방향을 설명하며 신뢰를 쌓은 끝에 출연을 끌어냈다. 에구치 노리코가 합류하자 다른 배우들의 캐스팅에도 속도가 붙었다.
촬영·조명·연출부 등 핵심 인력은 한국에서 건너갔고 의상·분장·미술과 제작 실무는 일본 스태프가 담당했다.
제작 방식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저예산 영화도 여러 대의 카메라를 활용하거나 촬영 장면을 현장에서 바로 편집해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일본 현장에서는 카메라 한 대로 촬영하는 경우가 많았고 '현장 편집'이라는 직군도 생소했다. 한국의 현장 편집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촬영한 장면을 곧바로 확인하고 보완할 수 있었다. 같은 예산으로도 완성도와 촬영 속도를 높이는 한국 제작진의 경험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현장 문화는 확실히 달랐다. 일본 제작진은 스태프에게 1인 1실을 제공하는 원칙을 중시했다. 그는 "아무리 비용을 아끼려고 해도 일본 스태프에게는 개인 방을 줘야 했다. 일과 사생활의 경계를 분명히 지키는 문화였다"고 돌이켰다.
현장에서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도 조율해야 했다. 속도를 중시하는 한국 현장에서는 답답할 때 목소리가 커지기도 하지만, 일본 스태프들은 감독이나 제작진이 큰소리를 내는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본판 '아네모네'는 내년 현지 개봉을 목표로 한다. 일본 대형 극장을 거점으로 전국 약 150개 관에서 상영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곽 감독은 한국에서는 촬영 중인 작은 영화가 개봉관까지 미리 확보하는 사례가 드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저예산 영화를 전문적으로 배급하는 회사가 시나리오와 캐스팅을 보고 개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영화산업의 침체 속에 아시아 국가 간 공동제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배우와 시장, 상대적으로 낮은 제작비에 한국의 연출·제작 경험을 결합하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곽 감독의 판단이다. 그는 협업의 범위를 동아시아 시장으로 넓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합작이 곧 영화를 저렴하고 쉽게 만드는 길은 아니다. 한국 배우와 스태프의 높은 출연료와 인건비를 감당해야 했고, 서로 다른 제작 관행을 조율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한편 곽경택·강민우 감독이 공동 연출한 '우리 아빠 좀비'는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판타스케이프 섹션에서 처음 공개됐다. 아들의 동심을 지키기 위해 카메라가 꺼진 뒤에도 좀비 연기를 멈추지 못하는 단역 배우의 생존기를 그린 휴먼 코미디다.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