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북극항로 이용 사상 최대…"지구 온난화 가속화시킬 수도"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북극해의 북항로 항해 건수가 지난 9월 133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2018년 핀란드 쇄빙선 MSV노르디카호가 촬영한 얼음이 녹고 있는 북극해 풍경. AP 뉴시스
북극해의 북항로 항해 건수가 지난 9월 133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2018년 핀란드 쇄빙선 MSV노르디카호가 촬영한 얼음이 녹고 있는 북극해 풍경. AP 뉴시스

이란 전쟁과 지구 온난화 속에 북극 항로 항해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그러나 고위도 수로 이용은 자칫 대규모 환경 재앙과 선원들의 안전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북극해 이용, 사상 최대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LLI)'를 인용해 지난달 북극 북항로 항해 건수가 133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2022년 항해 건수의 4배를 웃돈다. 전월비로도 46% 급증했다. LLI는 영국 런던의 글로벌 해운 해양 정보를 제공하는 데이터, 분석 기업이다.

LLI에 따르면 지난달 북항로 이용 선박 거의 절반은 러시아 국적이었다. 또 홍해 항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대체 항로 탐색에 나선 중국 선박들도 많았다.

지난달 중국 컨테이너 화물선 '두바이 타워'호는 칭다오에서 북극해를 거쳐 영국 펠릭스토 항구에 도착했다. 홍해와 연결되는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것보다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도는 것에 비해서는 40일 이상 항해 기간을 줄였다.

같은 중국 해운사 소속 선박도 지난달 27일 닝보에서 펠릭스토로 출항했다. '두바이 타워'와 같은 항로를 타고 있다.

바다 얼음, 지정학적 배경

9월은 북극 항로가 가장 붐비는 달이다. 빙하가 가장 많이 녹는 시기여서 쇄빙 능력이 없는 일반 선박도 통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바다를 덮고 있는 '해빙(Sea Ice)'이 급격히 감소해 항로 이용을 부추기고 있다. 영국 사우샘프턴대에 따르면 위성 사진 판독 결과 북극해 '해빙' 규모는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이 줄었다. 역사상 바다 얼음이 가장 적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지정학적 영향도 한몫하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수에즈 운하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장악하면서 통항이 차질을 빚자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북극해 항로에 눈을 돌리게 됐다.

이런 가운데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는 올해 엘니뇨 현상으로 지독한 가뭄을 겪으면서 통항이 제한되고 있다.

운송 화물 다변화

북극항로는 주로 액화천연가스(LNG)가 운반되던 항로다. 러시아 야말과 북극 LNG2 가스 플랜트에서 생산된 LNG를 북극항로를 통해 운반했다.

최근에는 그러나 곡물이나 철광석을 실어 나르는 벌크 화물선의 이용도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이 항로로 운항한 벌크 화물선은 29척에 이르렀다. 지난해 9월에는 12척, 한 달 전인 8월에는 18척이었다.

LLI에 따르면 유조선 이용도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 가속화 위험

북극 북항로는 해빙 상태에 따라 총 28개 구역으로 나뉜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 업체 '로사톰(Rosatom)'이 항로를 관리한다. 세계 유일의 원자력 쇄빙선을 보유한 로사톰 산하의 북항로 관리국이 지침을 정하고, 통행 허가증도 발급한다.

그러나 북극 항로 이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우선 환경 오염과 지구 온난화 가속화 우려다.

보험사, 환경단체는 오염 제거 시설이 거의 없는 극지방 특성상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1989년 알래스카 엑손 발데즈호 유조선 유출 사고는 청소에만 4년 이상이 걸렸고, 아직도 잔여물이 인근 해변에 남아 있다.

타라 오션 재단에 따르면 북극해에서 소량이라도 기름이 유출되면 검은 방울이 햇빛을 흡수해 바다 위 얼음을 더 빨리 녹여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한다.
조난 위험이 높다는 경고도 나온다.

영국 해드로그래픽 오피스의 탐 멜러 기술 총괄은 극도로 높은 위도에서는 지구가 가파르게 굽어져 일반적인 항행 장비나 전자해도 위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특히 북극해에는 수색, 구조 시설도 거의 없어 선박이 표류하거나 좌초하면 선원들의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

[email protected] 송경재 기자


#중국 #러시아 #북극 항로 #지구 온난화 #홍해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